얼마 전 제인 폰다는 ‘하노이의 제인’을 후회한다고 고백했다. 그건 1972년 <렉스프레스>지에 실렸던 자신의 사진만 부정한 게 아니라, <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부정된 자신을 다시 부정하고, 아울러 <만사형통>을 부정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고다르가 말했던 배우의 얼굴을 걷어내고 자신만의 표정을 드러낸 것일까?
<제인에게…> 같이 작은 에세이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고다르의 모든 작품은 관객이 질문과 대답을 ‘사유’하길 원한다. <장 뤽 고다르 컬렉션>에 들어 있는 네 작품의 스펙트럼은 넓다. 할리우드 장르영화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즐겁고 낭만적인 소품 <국외자들>, 68혁명 직전에 만들어진 부르주아 부부의 끝나지 않는 악몽 <주말>, ‘지가 베르토프 집단’ 시절에 장 피에르 고랭과 만든 <만사형통>, <영화사>를 만들던 1990년대를 마감하는 극영화 <포에버 모차르트> - 30년을 관통하는 네 작품은 고다르의 역사이자 분명 영화의 한 역사다.
거칠게 말하자. 원고지 6매에 고다르를 어찌 이야기하겠나. <국외자들>은 한 소녀와 두 소년과 총과 감춰진 돈의 이야기이며, <그녀의 생을 살다>의 안나 카리나에게 삶으로 보답하는 진혼곡이며, 장 뤽 ‘시네마’ 고다르를 읽고 셰익스피어와 장난치는 것이며, 매디슨 춤을 추는 것이며, 루브르 박물관을 9분 43초에 뛰는 것이며, 차가운 파리의 외곽에서 쓸쓸한 표정을 짓는 것이다. <주말>은 돈이 탐나 부모와 배우자를 죽이려는 악당들의 방문이며, 끝없이 이어진 자동차에 진저리를 치는 것이며, 에밀리 브론테를 불태우는 것이며, 브레히트를 불쌍히 여기는 것이며, 항문애에 눈짓하고 인간을 잡아먹는 것이며, 종국엔 영화의 종말을 선언하는 것이다.
<만사형통>은 영화제작 시스템을 비웃는 것이며, 사장을 감금하고 괴롭히는 것이며, 스타가 공장에서 노동을 체험하는 것이며, 68혁명을 기억하는 것이며, 밥맛없는 대형 매장을 강탈하는 것이며, 스스로의 역사를 만들기로 다짐하는 것이다. <포에버 모차르트>는 역사의식의 투영이며, 말로와 (마리보와) 미쉐와 베토벤과 모차르트(와 수잔 손택과 필립 솔레라스)를 통해 연극과 영화와 음악을 다시 생각하는 것이며, 사라예보로 떠나는 3인조의 떨림이며, 전쟁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며, 목이 터져라 “예”라고 외치는 것이다.
자, 그가 만든 이미지와 기호의 의미를 발견하고 추궁하는 것은 당신의 몫이다. DVD에 포함된 영화평론가 김성욱의 음성해설과 책자는 그 길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이 글도 거기에서 여럿을 훔쳤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