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1일 <케밥 커넥션>이라는 괴상한 제목의 영화가 독일 전역에 개봉됐다. 케밥은 터키의 대표음식으로 그 종류가 다양하다지만, 독일에서 케밥이란 각종 야채와 양고기를 넣은 뒤 매콤한 소스를 가미한 터키식 햄버거를 말한다. 케밥집은 거리 모퉁이마다 만날 수 있고, 싼값에 배부르며 영양도 만점인지라 맥도널드가 유일하게 맥 못 추는 나라가 독일이라고 한다. 1960년대 말 독일이 불러온 외국 노동자들 중 터키인이 제일 많았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사회중심부로 진입하지 못한 채 여전히 3D업종에 종사하며 게토를 이뤄 살고 있다.
도시 빈민가의 초라한 터키 이민자를 상징하기도 하는 케밥. 그 케밥이 뜨고 있다. 2004년 독일 및 세계 영화계를 <미치고 싶을 때>라는 격렬한 러브스토리로 강타했던 터키계 독일 감독 파티 아킨과 터키계 여배우인 시벨 케킬리 덕이다. <미치고 싶을 때>는 두 사람에게 2004년 독일 영화계 최고스타라는 영광을 안겨주었다. 각종 세계영화제를 휩쓸었고, 거리에서 캐스팅된 초짜배우 키켈리는 지난 2월 샌타바버라영화제에서 엉겁결에 찍은 데뷔작 한편으로 “최고 여배우”가 되기도 했다.
<미치고 싶을 때> 이후 헤쳐 모여를 반복하고 있는 아킨과 키켈리가 시나리오 작가와 조연으로 다시 모인 작품이 <케밥 커넥션>이다. 아노 자울 감독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독일 거주 터키인의 소외된 삶, 두 문화가 충돌하며 빚는 갈등, 그로 인해 한층 격렬해진 사랑, 꿈과 좌절을 다룬 아킨의 시나리오에 코믹터치를 더했다. 이소룡을 열렬히 동경하며 독일 최초의 쿵후영화 감독을 꿈꾸다가 삼촌 케밥집 광고에 출연, 동네 영웅으로 부상했지만 여자친구가 임신하는 바람에 곤경에 처한 터키 총각의 좌충우돌을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짠하게 그린 작품이다. 케킬리는 길에서 우연히 만난 터키 청년과 사랑에 빠지는 이탈리아 유부녀를 연기한다. 단역이지만 터키여성 역할에만 고정되는 것이 싫어 택한 결정이라고 한다. 한편, 케킬리는 <스탈린그라드>로 유명한 요셉 빌스마이어 감독의 <마지막 열차>에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로 끌려가는 유대여인을 연기할 계획이며, 아킨 감독 역시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한 <크로싱 더 브리지>가 올해 칸영화제 특별상영작으로 선정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