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와 함께 한적한 시골길을 걷던 젊은 엄마. “엄마, 조금만 쉬었다 가면 안 돼?” “안 돼.” “엄마는 만날 엄마 생각만 해?” “그럼 너네 맘대로 해. 엄마 혼자 갈 거야.” 그리고 엄마는 뭔가에 홀린 듯 정신없이 길을 걷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엄마가 뒤를 돌아본 순간. 참을 수 없는 정적만이 화면에 가득하다. 15분짜리 디지털영화 <조금만 더>는 모성 혹은 모성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내밀한 스릴러의 소재로 삼은 영화다. 심민영(24) 감독의 영상원 졸업작품인 이 영화는 올해 칸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진출했다. 칸영화제는 심민영 감독이 자신의 영화를 들고 찾는 첫 번째 영화제다.
-국내의 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된 작품이 있나.
=영화제는 칸이 처음이다. 처음에 몇번 영화제에 내봤는데 한번도 안 됐고, 나중엔 그냥 포기했다. (웃음) 배급사에서 보도자료를 만든다고 이력을 써달라는데 정말 쓸 말이 없더라. 2005년 영상원 졸업. 그리고 끝이다.
-아이를 버리려고 갈등하는 엄마의 심리가 극적이다.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알베르 카뮈의 <작가수첩>이라는 책을 보면, 아이를 데리고 밖에 나왔던 엄마가 깜빡 잠이 들고 그 엄마의 얼굴을 아이들이 들여다보는 장면이 있다. 아이와 엄마의 행동이 서로 뒤바뀐 듯한 상황이 좋았고, 나른한 오후의 휴식 같은 이미지가 떠올랐다. 계속해서 다른 시나리오를 써내려가다가 여기까지 왔다. 처음 시작은 여자의 갈등보다는 그 이미지가 먼저였다. 절망을 거쳐 희망을 찾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가는 핸드헬드의 느낌이 좋다.
=촬영 때 모니터가 없어서 촬영감독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 여자의 심리적 갈등이 영화 전체에 걸쳐 전개되기 때문에 그런 핸드헬드가 적당할 거라고 생각했다. 난 아직 못 봤지만, 촬영감독이 다르덴 형제의 <아들>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마지막 바닷가 신이 인상적이다. 하루 만에 건질 수 있는 장면이 아니었을 텐데.
=원래 소나무 숲부터 시작해서 바닷가까지 하루 만에 찍어야 했다. 겨우 찍긴 했는데, 편집을 해보니 도저히 안 되겠더라. 결국 스탭들을 끌고 다시 내려가서 보충촬영을 했다.
-제작비는 얼마나 들었나.
=500만원. 로드무비로 마지막에는 안면도까지 갔기 때문에 숙박비, 교통비 등 진행비가 많이 들었다.
-원래 감독이 꿈이었나.
=고등학교 땐 방송이나 뮤직비디오 제작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했다. 마침 이러이러한 학교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당시만 해도 영화감독은 딴 세계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이제는 이 일 말고는 생각할 수 없지만.
-칸 공식 일정에 참석하려면 이브닝 드레스 같은 것도 준비해야겠다.
=그렇다. 참 난감하다. 엄마 홈드레스나 가져가야 하지 않을까.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