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살바도르 아옌데> Salvador Allende
2005-04-29
글 : 김도훈

감독 파트리시오 구즈만/ 프랑스, 멕시코, 독일, 벨기에, 스페인/ 2004년/ 100분

한국인에게 칠레는 대형마트를 채운 질 좋은 포도주로 잘 알려진 나라일테지만, 유독 한국과 많은 현대사의 닮은 점을 공유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칠레 민중들에게 1973년 9월은, 한국(광주)의 민중들에게 1980년 5월이 의미하는 울분과 다를바가 없는 것이다. 1973년 9월, 미국의 사주를 받은 군부세력은 반동쿠데타를 일으켰고, 세계최초의 평화적 정권이양에 의한 사회주의 정부는 총칼앞에 피를 흘리며 무너졌다. 대통령 살바도르 아옌데는 뿔테 안경을 낀 조그마한 학자였다. 그는 비극의 역사 속에서 불타 없어지는 길을 택했고, 기관단총을 들고 대통령궁에서 저항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다큐멘타리의 대가 파트리시오 구즈먼은 이미 3부작 다큐멘타리 <칠레전투>를 만들어 칠레의 이상이 미국과 자본가들의 반혁명으로 붕괴되어 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역사에 남겨두었다. 다시 카메라를 든 그는 <살바도르 아옌데>를 통해 지난 사회주의의 무너진 꿈을 그저 회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식들의 저녁상을 준비하는 노인들의 입을 빌린다. 그들이 "그것은 정말 위대한 유토피아를 위한 꿈이었다"고 고백할 때, 파트리시오 구즈만은 살바도르 아옌데가 칠레 민중의 삶 속에 여전히 살아 있음을 되새김질하는 것이다.

약간 심심할 정도로 보편적인 다큐멘타리 형식의 <살바도르 아옌데>는 사회주의 이상에 대한 날카로운 프로파간다는 아니다. 하지만 그 옛날의 자료화면들과 현재의 낮은 목소리가 겹치는 순간. 칠레의 드라마틱한 패배의 순간들은 여전히 관객의 심장을 울리는 힘을 지니고 있다. <살바도르 아옌데>를 보고나면 다국적 마트를 가득채운 칠레산 포도주가 마치 좌절한 이상주의의 피처럼 느껴질는지도 모른다. 두 나라의 무역은 미국의 주도하에 성사된 2003년의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으로 시작된 것이었다. 역사는 이처럼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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