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가너가 연기한 이 영화의 헤로인 ‘엘렉트라’는 2003년 공개된 벤 애플렉 주연의 마블 슈퍼 히어로 영화 <데어데블>에 게스트로 출연한 캐릭터다. 최근 로버트 로드리게즈와 함께 자신의 만화 ‘신 시티’를 직접 영상으로 옮긴 작가 프랭크 밀러가 창안한 엘렉트라는 <데어데블>의 만화 원작에서 처음으로 등장하여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는데, 실사 영화에서도 가너의 호쾌한 연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하여 셀프 타이틀의 영화판 <엘렉트라>가 나올 수 있었다.
제니퍼 가너의 또 다른 히트작 <앨리어스>가 그렇듯, <엘렉트라> 역시 그녀의 카리스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영화다. 특히 선과 악의 중도를 걸으면서 그 균형이 깨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는 엘렉트라의 캐릭터 설정은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가너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기에 손색이 없다. 하지만 영화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한 악역과 느슨한 연출 때문에 배우와 캐릭터의 잠재력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한 채 서둘러 결말을 짓는 아쉬움을 남기고 말았다.
그래서인지 극장에서 크게 재미를 보지는 못한 작품이기에, 부록도 여타의 블록버스터 영화만큼 많은 분량이 들어있지는 않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프랭크 밀러를 비롯한 원작 만화 작가들의 심층 인터뷰를 담은 다큐멘터리 <엘렉트라 : 재탄생(52분)>만큼은 놓치지 말자. 엘렉트라를 비롯한 슈퍼 히어로/헤로인 만화가 국내에 제대로 소개되지 못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원작의 스토리를 직접 집필하거나 원화를 직접 그리고 색칠한 작가들이 직접 참여한 회고담은 귀중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이것은 미국판 DVD에도 들어있지 않아 국내판 타이틀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또 하나 재미있는 부록은 삭제 장면. 감독의 음성 해설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 세 커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의 하나를 보면 <데어데블>의 벤 애플렉이 카메오로 출연한 장면도 있어 팬들을 즐겁게 해 준다. 그 외에는 제작 과정 다큐멘터리 등의 평범한 부록들이다. 어두운 장면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깔끔한 세부가 잘 살아있는 화면과 액션영화다운 폭발력을 만족스럽게 살린 음향이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