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나카다 히데오/ 일본/ 2000년/ 91분
<새디스틱 마조히스틱>은 일본 로망 포르노의 대가인 고누마 마사루에 대한 다큐멘터리. 현대 일본영화계를 이끌어가는 작가들을 이야기하면서 소프트 코어인 로망 포르노 출신 감독들을 제외할 수는 없다. 지금은 작가주의와 상업영화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일본 최고의 감독중 하나로 평가받는 <회로>와 <큐어>의 구로사와 기요시, <링> 시리즈의 나카다 히데오 역시 로망 포르노로 그들의 커리어를 시작한 사람들이다. 섹스영화에 불과한 일본 로망 포르노가 어떻게 전위적인 예술가들을 양산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것은 일정한 수의 섹스장면만 집어넣으면 된다는 전제하에 자유로운 연출이 가능했던 로망 포르노의 특징때문이었을테고, <새디스틱 마조히스틱>은 바로 그 근원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고누마 감독은 1961년 닛카츠 영화사에 입사, 1971년 <꽃의 유혹>으로 데뷔하며 땀과 정액에 젖은 영화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리얼리즘 계통이라고는 하지만 그의 사도 마조히즘적인 미학은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충격적이다. 게다가 그 불편한 미학이 만들어진 과정은 놀라울 정도의 고군분투였는데, <새디스틱 마조히스틱>에서는 다양한 자료화면과 함께 자세한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고누마 감독은 수천명의 군중이 바쁘게 지나다니는 한낮의 도쿄 거리에 밴을 세워놓고 그 안에서 정사장면을 찍기도 했고, 발가벗은 여배우와 소수의 스탭을 구더기가 가득한 도시의 시궁창속으로 밀어넣기도 했다. 그때의 끔찍한 경험을 조용히 회고하는 배우와 스탭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제정신이 아닌 어느 예술가의 광기가 느껴진다.
감독인 나카다 히데오는 존경하는 스승을 대하는 학생처럼 고누마 마사루의 회고담을 귀기울여 들으며 이 건실한 다큐멘타리를 만들어냈다. <새디스틱 마조히스틱>은 매우 새디스틱하고 마조히스틱한 영화지만, 일본영화계의 풍부한 유산이 끊임없는 검열과의 전쟁과 다양한 실험정신으로부터 기인한 것임을 자랑스레 이야기하는 작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