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마르 베리만의 영화는 강렬하다. 인간의 심연을 건드리고, 관객이 자기 자신을 바라보게 만든다. 인간의 증오와 갈등과 사랑을 전하는 작품인 만큼 한국의 관객들에게 어떻게 어필할지 궁금하다.” 잉마르 베리만의 <사라방드>를 제작한 스웨덴 방송 SVT를 대표해 날아온 아니타 리메어는 영화제 관객과의 만남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인더스트리 스크리닝을 통해 한국 방송사의 구매 여부를 타진하는 건 나중 문제인 듯했다. SVT는 <마술피리> <화니와 알렉산더> 등을 제작한 것은 물론 최근 베리만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등 각별한 인연을 맺어온 방송사. <결혼에 관한 몇 가지 장면>의 후일담인 <사라방드>도 TV용으로 제작됐는데, 아니타 리메어는 베리만이 TV라는 매체를 선호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전한다. “그는 배우들의 얼굴과 표정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길 좋아하는데, TV의 경우 그런 디테일을 담아내는 데 용이하다.”
2003년 겨울 스웨덴 안방에 소개된 <사라방드>는 엄청난 호응을 얻었고, 베리만이 그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소개한 까닭에 국내외적으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베리만의 다음 영화는 정말 없는 걸까? 아니타 리메어는 “모르는 일”이라고 유보하는 입장이다. “여든 여섯 살의 감독이니 그럴 수도 있다. 예전엔 간혹 스톡홀롬에 나오곤 했는데, 요즘은 <페르소나>를 찍었던 섬에 칩거해서, 측근들하고만 연락하고 지낸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사라방드> 직전에도 입센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등 워낙 왕성하게 활동해 왔기 때문에 은퇴를 속단할 수는 없다.” 베리만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고 있는 아니타 리메어는 영화제 관객들에게 스웨덴의 젊은 감독 루카스 무디슨(<쇼 미 러브> <천상의 릴리아><내 마음의 구멍>)에게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