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시네바르다포토> Cinevardaphoto
2005-04-30
글 : 박은영

감독 아네스 바르다/ 프랑스/ 2004년/ 96분

‘누벨바그의 어머니’라고 불렸던 아네스 바르다의 영화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시네바르다포토>는 나이가 들어도 세상과 사람에 대한 관심을 늦추지 않는 그의 <이삭 줍는 사람들>에 이은 다큐 에세이로, 사진에 관한 세가지 단편을 한데 엮어낸 것이다. 첫번째 ‘이데사, 곰, 그리고 기타 등등’은 테디베어 사진 수천장을 모은 아티스트 이데사의 이야기. 괴이한 집착벽으로도 보이는 이데사의 테디 베어 콜렉션은 엄밀히 말하면, 홀로코스트 생존자라는 트라우마를 지닌 이데사의 살풀이며, 테디 베어와 함께 한 20세기 역사 복습의 장이다.

아네스 바르다는 두번째 이야기 ‘율리시즈’에서 1954년 자신이 찍었던 사진의 모델들을 찾아간다. 어느 해변, 벌거벗은 중년의 남자와 어린 소년, 그리고 죽은 염소의 시체. 어린 소년의 의미심장한 이름 ‘율리시즈’가 작품의 제목이 되었더랬다. 이제 노인이 된 중년 남자도, 중년이 된 어린 소년도 많은 걸 기억해내지 못하고, 바르다 자신도 당시 촬영을 했던 자신의 의중을 정확히 떠올리지 못한다. 바르다는 자신을 포함해 사진 속 인물들에게 묻는다. 지금 당신이 떠올린 것은 기억인가, 이미지인가? 한 장의 낡은 사진이 먼 시간과 상념 속으로의 여행을 재촉한다.

마지막 에피소드 ‘안녕하세요, 쿠바’는 옛 사진들을 재구성해 만든 다큐멘터리다. 시가, 체 게바라, 사회주의, 룸바, 차차차 등 쿠바를 상징하는 수많은 사진들은 빔 밴더스의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이 쿠바를 일깨우기 35년 전에 포착해낸 것들이다. 낭만과 격동이 어우러진 쿠바의 지난 시간들과 사람들이 무수히 스쳐 지나가고, 때론 미세한 움직임이 반복적으로 연결되며 생기 넘치는 ‘활동 사진’으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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