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철인 28호>의 토가시 신 감독과 이케마츠 소스케
2005-05-01
글 : 김현정 (객원기자)
사진 : 이혜정
“영화를 찍는 동안 아이들이 자란다”

탄생 50주년을 앞에 두고 실사영화로 부활한 <철인 28호>의 토가시 신 감독과 주연 이케마츠 소스케가 전주영화제를 찾아왔다. 카페에서 “여보세요, 코라(콜라)를 주세요”라고 직접 주문을 하던 토가시 신은 이번이 세번째 전주방문. <오프-밸런스>와 <미안해>로 전주를 찾아왔던 그는 <클래식> <엽기적인 그녀>의 곽재용 감독을 좋아해서 그런 순애보 영화를 만들어 한국에도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준비하고 있는 영화는 이십대 초반 젊은이들이 등장하는 삼각관계 러브스토리. 그옆에 얌전하게 앉아있던 이케마츠 소스케는 <철인 28호>를 찍고서 키가 20cm나 자랐다. 더이상 톰 크루즈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라스트 사무라이>의 히겐이나 로봇을 조종하는 리모콘도 버거워보이던 <철인 28호>의 작은 소년 쇼타로가 아닌 것이다. 웬만한 남자 주먹보다도 작은 얼굴을 가진 이 과묵한 미소년은 한번 웃을 때마다 통역과 기자와 스탭들의 탄성을 자아내며 심상치 않은 스타의 자질을 보여주었다.

-일본엔 <철인 28호>말고도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거대 로봇 애니메이션이 많다. 그중에서 <철인 28호>를 영화로 만들게된 까닭은 무엇인가.

=토가시 신: <철인 28호>는 로봇 애니메이션의 시초와도 같은 작품이다. 일본엔 두 종류의 로봇이 있다. 하나는 건담이나 에반게리온처럼 스스로 움직이는 로봇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이 조종해야하는 로봇이다. <철인 28호>는 두번째에 속하지만 동시에 첫번째 로봇의 원조이기도 하다. 나는 로봇을 조종하는 인간을 통해 인간적인 면을 끌어내고 싶었다.

-<철인 28호>는 블랙 옥스와의 전투보다 쇼타로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장르와 성격은 다르지만 <오프-밸런스> <미안해>도 성장의 순간을 주목하는 영화들이다.

=토가시 신: 나는 커다란 이야기를 만들고 그안에 인물을 등장시키기보다 그 인물을 통해 세상을 보고 싶었다. 어떤 저널리스트가 <철인 28호>를 본다면 어린 소년이 위기에서 일본을 구한다고 쓸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객관적이기보다 소년 안에 들어가 있는 편에 가깝다. 아이들은 순수하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 걸까, 질문을 던진다면 아이들이 떠오르게 될 것이다. 사실 고민도 많다. 나는 아이들과 거리를 유지하지 못한다. 걸작을 만드는 감독들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던데(웃음). 소마이 신지는 아이들을 찍으면서도 거리를 두는 감독이다. 그는 인간은 혼자 살고 혼자 죽는 존재라고 생각했던 듯하다. 하지만 나는 혼자선 살 수 없다고 믿고, 소마이 신지처럼 영화를 찍을 수는 없다.

-<철인 28호>의 쇼타로는 소년들이 공감할 만한 인물이다. 열심히 노력해도 마음대로 안돼 좌절하거나 주변의 기대에 부담을 느끼는 건 당신도 겪었을 법한데. 그리고 로봇을 조종해서 지구를 구하는 건 소년들의 로망이기도 하다.

=이케마츠 소스케: 공부도 그렇고, 다른 많은 일들도, 마음은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건 비슷했지만 <철인 28호>의 조종사로 출연했다고 해서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 나에겐 불가능한, 일어날 수가 없는 일이니까(웃음).

-블랙 옥스를 만든 천재과학자 타쿠미는 원작에선 복잡한 영혼을 가지고 있고 연민을 느낄 만한 점도 있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영화에선 존재감이 다소 희미한 듯하다.

=토가시 신: 그랬나. 타쿠미가 폭탄을 터뜨릴지 고민할때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데, 감동받지 않았는가(웃음). 원래 타쿠미가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두세개 더 있었다. 하지만 영화를 다 찍고 나니 오버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뺐다. <철인 28호>는 쇼타로가 중심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열 서너살 먹은 아이들이 주인공인 영화들을 만들어왔다. 그 나이 아이들에게 어떤 매력을 느끼는가.

=토가시 신: 대부분 의뢰를 받아서 만든 영화였지만, 그 연령대를 싫어했다면 굳이 만들지 않았겠지. 나는 성장담에 관심이 많다. 영상을 이용해서 성장의 느낌을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그무렵 아이들은 영화를 찍으면서 진짜 달라진다. 이케마츠 소스케도 영화를 찍기 전과 찍은 후에 다른 아이가 되었고, 영화의 시작과 끝에선 얼굴까지도 다르다. 그런 부분을 살려주는게 감독이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또한 영화의 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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