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언더토우> Undertow
2005-05-01
글 : 김도훈

감독 데이비드 고든 그린/ 미국/ 2003년/ 110분

소름끼치는 범죄영화에다 ‘그림형제’의 동화적인 모험담을 섞어놓은 <언더토우>는 찰스 로튼의 작품처럼 무시무시하지는 않지만, 그만큼이나 유쾌하다. 특히나 <빌리 엘리어트>의 꼬마는 듬직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청년 제이미 벨이 되어 스크린을 장악한다.

미국의 남부는 시간이 정지한 듯한 세계다. 상처한 아버지 아래서 병약한 동생과 살아가는 크리스(제이미 벨)에게 그토록 단조로운 세계는 마치 감옥처럼 느껴진다. 그러던 어느날, 한번도 본 적 없던 삼촌이 크리스의 가족을 찾아오고, 모노톤의 세계는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한다. 숨겨진 금화를 노린 삼촌은 크리스의 아버지를 무참하게 살해하고, 참혹한 현장을 목격한 크리스와 동생은 남부의 평원위에서 쫓기기 시작한다. 이상한 것은 그때부터다. 데이비드 고든 그린은 추격전의 긴박함을 군데군데 생략해버리고 형제의 발길이 닿은 남부의 삽화들을 느긋하게 담아내는 데 열중한다. 크리스 형제가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아이를 갖지 못하는 흑인부부, 갈곳없이 떠도는 히피들)과 풍경들은 때때로 그림엽서처럼 멈추어서고, 마크 트웨인과 윌리엄 포크너의 우화처럼 남부적이고 시적인 순간으로 화하는 순간들이 있다.

<조지 워싱턴>과 <올 더 리얼 걸스>로 주목받았던 데이비드 고든 그린은, 스릴러의 외피로 가장한 채 소년들의 성장을 농밀하게 따라가는 로드무비를 만들어냈다. 비평가들은 2004년 연말 베스트를 통해 끊임없이 <언더토우>의 제목을 거론했는데, 특히 시카고 트리뷴의 호평은 음미할만 하다. “폭력으로 끓어오르고, 서정적으로 피흘리는 <언더토우>는 쓰레기더미로부터 피어난 시이며, 늪으로부터의 울부짖음이며, 또다른 찰스 로튼의 <사냥꾼의 밤>이다”. 소름끼치는 범죄영화에다 ‘그림형제’의 동화적인 모험담을 섞어놓은 <언더토우>는 찰스 로튼의 작품처럼 무시무시하지는 않지만, 그만큼이나 유쾌한 영화적 경험이기도 하다.

처음 <언더토우>를 접하게 될 관객에게 가장 매력적인 것은 아마도 제이미 벨의 성장한 모습일 것이다. <빌리 엘리어트>의 꼬마는 온데간데 없고, 듬직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청년 배우가 스크린을 장악한다. 더모트 멀로니(<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와 조쉬 루카스(<스위트 알라바마>)처럼 상업영화계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배우들 역시 그들 커리어의 가장 빛나는 배역을 선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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