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철인 28호> Tetsujin 28
2005-05-02
글 : 김현정 (객원기자)

감독 토가시 신/일본/2004년/113분

<철인 28호> 탄생 30주년을 맞아 실사영화로 제작된 작품이다. <자이언트 로보>의 원작자이기도 한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원작을 시대착오적일 정도로 향수 어린 모습으로 살려놓았다. 어머니와 살고 있는 초등학생 쇼타로는 오래 전에 아버지가 자신을 밀쳐냈던 악몽을 되풀이해서 꾸곤 한다. 어느날 블랙 옥스라고 칭하는 거대한 로봇이 도쿄를 습격하고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야욕을 선포한다. 블랙 옥스는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지만 세상에서 밀려나고만 천재 과학자의 서글픈 창조물. 쇼타로는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도왔다는 아마베 박사로부터 철인 28호라는 로봇이 블랙 옥스를 물리칠 유일한 무기고, 그 로봇을 조종할 수 있는 유일한 소년이 자신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철인 28호를 만든 아버지는 연구소가 위험에 처하자 쇼타로를 보호하기 위해 밀쳐냈던 것. 트라우마를 극복한 쇼타로는 천재소녀과학자 마미를 비롯 수많은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의 기대를 받으며 블랙 옥스와 대항하기 위해 떠난다. 리모콘을 손에 들고.

<철인 28호>는 깡통에다 호스를 붙여놓은 듯한 로봇들의 생김새처럼 단순하고 명쾌한 영화다. 복잡해질 수도 있었을 부자(父子) 간의 갈등은 손쉽게 해결되고, 로봇들은 무기 하나 없이 오직 몸으로 승부를 낸다. 플레이 스테이션에 익숙해진 아이들이라면 쇼타로의 뼈를 깎는 훈련에 코웃음을 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단순한 면이 이 영화가 사랑스러운 이유이기도 하다. 단순한 일에 목숨걸지 말라는 법은 없다. 어른들의 추억이 아이들을 위해 부활하는 현실은 기묘한 재미를 주기도 한다. 리모콘으로 조종하는 로봇을 경험해보지 못한 어린 아이, 혹은 로봇이 다치면 조종사도 다치는 말도 안되는 만화에 의문을 품었던 어른을 위한 영화. <하나와 앨리스>의 아오이 유우가 천재소녀로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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