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희, 류승완, 정지우, 장진, 김동원 /한국 | 2005년 | 112분
당신은 영화를 보는 내내 각 감독들의 개성 넘치는 장르 연출에 열광하며 소수자들의 희로애락에 눈물을 흘리거나 박장대소를 할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 이 영화의 의미는 영화가 끝이 난 뒤에 일시적으로 물결치는 감정적 동화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각자의 삶 속으로 되돌아가서 실천을 통해 빛을 발한다. 당신은 인권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는 차치하고서라도 단일민족이라는 사실에 자랑스러워하면서 정작 조선족 동포(<종로, 겨울>)나 탈북자(<배낭을 멘 소년>)의 생활에는 얼마만큼의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는 소수자이다. 과연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부분에 있어 주류에 속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억지를 부리자면, <남자니까 아시잖아요?>의 ‘우식’은 좋은 학벌에 좋은 직장을 지니고 있지만 그 역시 실업자, 고졸, 게이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인간관계 지속 불능’이라는 치명적인 불치병에 시달리는 소수자이다. 심지어 <고마운 사람>에서는 힘의 논리에서 고문당하는 자보다 단연 우위에 서 있는 고문하는 자와의 관계가 그 속내로 들어가는 순간 단번에 역전되어 버리는 아이러니를 연출한다. 결국 그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학생운동을 하다 체포된 범죄자라는 약자로서의 모습을 내보이며 진정한 소통을 나눈다. 스스로가 자신에게서 소수자의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 당신은 다른 차원에서 차별받아 온 약자들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간사하게도 인간은 스스로가 비주류에 서 보지 않는 한 그 비주류가 지니고 있는 서러움을 좀체 이해하지 못한다.
당신은 다운증후군 환자인 ‘은혜’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며 노는 아주머니(<언니가 이해 하셔야 돼요>)처럼 허물없이 지내는 장애인 친구가 있는가? 없다면 반성해야 할 것이다. 당신에게 눈물을 글썽이며 커밍아웃 한 동성애자가 친구가 있는가? 없다면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분명, 당신의 차가운 눈초리 때문에 집 밖으로 나오기를 주저하는 장애인이 당신이 사는 동네에 살고 있다. 그리고 당신이 친하게 지내는 친구 중에는 당신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해 힘들어하는 동성애자가 있다. 그러니 그들이 당신에게 손 내밀 수 있도록 소수자로서 당신의 모습을 당당하게 밝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