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모래요정과 아이들> Five Children and It
2005-05-03
글 : 김도훈

감독 존 스티븐슨/ 영국/ 2004년/ 92분

제1차 세계대전으로 부모님과 떨어져 살게 된 다섯 남매는 바닷가의 삼촌댁에서 여름을 보내야만 한다. 무료한 날들을 보내던 아이들은 바닷가 절벽에 서 있는 삼촌의 저택이 미로처럼 흥미로운 모험에 안성맞춤이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출입이 금지된 온실에서 바닷가로 이어져 있는 비밀 통로를 우연히 발견한다. 저택 아래의 바닷가에는 8천년 동안 고독하게 살아온 모래요정이 살고 있었는데, 이 괴이한 생명체는 (비록 '카피카피룸룸'을 외치지는 않지만) 하루에 하나씩의 소원을 들어주는 존재. 이제 아이들은 하늘을 날기도 하고, 분신을 만들어 청소를 시키기도 하면서 기억할 만한 여름을 보낸다.

<모래요정과 아이들>이라는 제목에 ’하루에 하나씩 소원을 들어주는 모래요정’이라는 존재가 왠지 낯익은 이유는, 이 영국산 판타지영화가 추억의 만화 <모래요정 바람돌이>와 같은 원작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작인 모래요정 '사미아드' 이야기는 영국 아동문학의 거장 에이트 네스비트가 만들어 낸 작품.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소원을 잘못 이해한 모래요정 사미아드의 엉뚱한 소원성취는 문학으로, 애니메이션으로, 그리고 <모래요정과 아이들>을 통해서 스크린에까지 신나는 생명력을 이어왔다.

<모래요정과 아이들>은 소박한 영국의 풍광 속에 동화 같은 판타지를 덧입힌 미술과 특수효과가 인상적인 영화다. 괴이한 삼촌 ’알버트’역을 맡은 케네스 브래너가 영화의 제작에 깊이 관여했으며, <네버랜드를 찾아서>로 관객을 사로잡았던 아역배우 프레디 하이모어가 이번에도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소년을 연기하며 작은 두눈을 눈물에 담아낸다. <모래요정 바람돌이>에 익숙치 않은 아이들을 위해서는, 지경사에서 나온 축약본 <사미아드, 내 소원을 들어줘>를 미리 읽어주거나 "카피카피룸룸 카피카피룸룸 이루어져라"는 마법의 주문을 가르쳐 주는것이 어떨까. 세월을 뛰어넘는 판타지는 세대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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