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걸 프롬 먼데이> Girl from Monday
2005-05-03
글 : 김도훈

감독 할 하틀리/ 미국/ 2005년/ 85분

프랑스의 작가주의 영화잡지 ’까이에 뒤 시네마’에 의해 ’제 2의 고다르’로 불리웠던 뉴욕 인디영화계의 거장 할 하틀리의 신작. 2001년도 작품 <노 서치 씽>으로 아이슬란드의 괴물과 뉴욕의 방송국 직원간의 괴상한 모험담을 펼쳤던 그는 <걸 프롬 먼데이>를 통해서 소비사회에 대한 초저예산 SF를 시도했다. 트리플M이라는 조직이 주도한 소비자 혁명을 통해 인간의 상품화가 극대화된 미래사회. 모든 물건이 소비자의 구매력에 의해 가치가 매겨지는 이 괴상한 근미래의 세상에서는 섹스조차 마음먹은 대로 하기가 쉽지 않다.

섹스를 하고 싶다면 성에 대한 구매력을 갖추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트리플M의 고위층에서 일하는 잭은 이런 극단적 소비사회가 마음에 들지 않는데다가, 도시 곳곳에서는 매일같이 불평분자들의 테러가 기승을 부린다. 우울한 미래의 삽화가 계속되던 어느 날, 먼데이 행성에서 불시착한 미모의 여인이 계시처럼 홀연히 잭의 앞에 나타난다.

동세대의 짐 자무쉬와 리처드 링클레이터가 주류를 기웃거리거나 거기에 안착한 지금에도, 할 하틀리는 저예산 인디영화계에 고집스레 자리를 지키며 악전고투의 영화만들기를 지속하고 있다. 말도 안되는 로맨티시즘과 숙명적인 비관주의는 <걸 프롬 먼데이>에서도 여전하고, 노동계급, 테러리스트들이 등장하는 뉴욕의 변두리를 스산하게 잡아내는 카메라에서는 저예산의 고민이 치열하게 느껴진다. 전작인 <인생전서>와 <심플맨> 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인간 소외’라는 문제를 풀어나가는 할 하틀리의 재기는 아직도 날이 닳지 않았다.

참. 이 영화는 그의 말처럼 "가짜 SF"다. 하지만 현대적 의미의 SF가 과학소설(Science Fiction)이 아니라 사고의 실험을 뜻하는 사변소설(Speculative Fiction)이라면, <걸 프롬 먼데이>는 그 어떤 장르적 SF만큼이나 SF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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