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이언 자이언트> The Iron Giant
2005-05-03
글 : 박은영

브래드 버드/ 미국/ 1999년/ 86분

1950년대 말, 미국 메인주의 작은 마을에 외계 로봇이 나타난다.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소년 호갈드는 숲 속에서 거대한 로봇을 발견하고, 발전기를 먹어치우던 이 로봇을 위기에서 구한 인연으로 친구가 된다. 호갈드는 안전 강박증에 걸린 정부 요원의 추적을 피해 고철 예술가 아저씨와 함께 로봇을 숨겨 주지만, 커다란 덩치 때문에 로봇의 정체와 위치는 금세 드러나고 만다.

외계인은 미국이 타도해야 할 적인가? 무수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애니메이션이 ’그렇다’고 답했지만, <아이언 자이언트>는 다르다. 가공할 살상무기를 숨기고 있는 이 로봇은 먼저 공격받지만 않으면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다. 그를 살인 병기나 악의 화신으로 돌변케 만드는 건 사람들의 적의와 살기지만, 그 반사적인 파괴욕보다 강력하고 위대한 것이 우정과 신의다. 아이언 자이언트를 특별한 장난감으로만 여기던 호갈드는 그에게 언어를 가르치고, 삶은 ‘선택’이라는 것을 일러준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이 묻어나는 ’거대 로봇물’ <아이언 자이언트>는 로봇에 ‘인격’을 부여하고, 기존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볼 수 없던 비전형적인 캐릭터들을 등장시킨다. 냉전 시대의 핵문제를 건드리는 시도도 흥미롭다.

<인크레더블>로 오스카를 수상한 브래드 버드의 극장 장편 데뷔작. 1999년 미국에서 개봉해 평단의 극찬을 받았으나 마케팅 문제로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고, 국내에서도 극장을 거치지 않고 비디오와 DVD 시장으로 직행했던 불운한 케이스다. 제니퍼 애니스톤, 해리 코닉 주니어, 빈 디젤이 주요 캐릭터를 더빙했다. 이번 상영이 <아이언 자이언트>를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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