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다음의 영화 제작국은 인도다. 그러면 인도 다음은 어디일까. 바로 중국이다. 중국이 한해 200편 이상의 영화를 만들어내는 영화대국으로 떠올랐다. 풍성한 작품 수에 비해 영화의 질은 떨어지고 영화관 수는 턱없이 적다는 게 중국영화의 고민이지만 투자가들은 허름하고 담배 연기 자욱한 중국시장에서 벌써부터 돈냄새를 맡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라디오, TV, 영화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광전총국(廣電總局)의 장피민 영화국 부국장은 4월23일 항저우에서 열린 문화시장에 관한 회의에서, 중국에서 지난해 모두 212편의 영화가 제작됐고 국내 영화관 입장권 매출수입이 15억위안(약 1200억원)에 달해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고 밝혔다. 돈을 번 영화는 지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전체 212편의 영화가 거둔 수익의 60%를 장이모의 <연인>, 주성치의 <쿵푸 허슬>, 펑샤오강의 <천하무적> 3편이 가져갔다. 전체적으로 영화의 질이 떨어지고 흥행에도 실패했다는 게 장 부국장의 분석이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인프라도 중국영화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영화관 수는 전국 1200개이고 스크린은 2500여개에 불과하다. 미국의 스크린 수 3만6천개에 비하면 천양지차다. 스크린도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에 몰려 있어 소도시와 지방에선 중국이 영화강국임을 느낄 기회가 없다. 장 부국장은 오래된 단관극장을 리모델링해 멀티플렉스로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관객동원을 위한 숙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하이와 베이징의 최신 멀티플렉스가 최근 몇년간 높은 수익을 올렸고 전체 수익의 80%를 거뒀다고 덧붙였다.
기본적인 인프라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영화의 잠재력을 눈여겨보고 있다. 중국 투자은행인 베이징중국 캐피털은 중국 영화시장이 앞으로 3년 안에 2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중국e캐피털은 지난 4월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영화산업 수입이 지난해 41억위안에서 2007년 104억위안으로 153%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디어 전문인 이 투자은행은 중국의 영화제작과 배급, 영화관이 호황을 맞을 것이며, 중국의 영화산업이 이제 발전 초기국면에 진입한 만큼 향후 성장의 여지가 엄청나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구 자본도 이런 중국의 잠재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외국자본 투자에 덜 까다로운 중국법도 호재다. 2002년 중국에 극장을 열었던 워너의 중국 지사는 최근 쉥젠 인터내셔널 투자사와 계약을 맺고 충칭, 창사 등 8개 지역에 극장을 추가로 짓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