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레드 라이트> Red Lights
2005-05-04
글 : 김현정 (객원기자)

감독 세드릭 칸/프랑스/2003년/105분

세드릭 칸 감독은 대가의 서스펜스가 주는 긴장을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옮겨오면서도, 연약한 내면을 난폭하게 술주정으로 감추려는 중년 남자를, 신경질적으로 추적하면서 스릴러 이상의 영화로 만들어낸다.

<레드 라이트>는 메그레 경감 시리즈로 유명한 추리작가 조르주 심농의 1950년대 소설을 각색한 영화다. 보험회사에 다니는 중년남자 앙트완은 아내 엘렌과 함께 여름캠프에 간 아이들을 데리러 보르도로 떠나야 한다. 그는 밤새 운전을 해야하지만, 약속시간에 늦은 엘렌을 기다리다가, 맥주를 마시기 시작한다. 끊임없이 술을 마시면서 취해가는 앙트완. 화가난 엘렌은 혼자 기차를 타고가겠다는 메모만 남긴채 사라진다. 앙트완은 엘렌이 내리는 기차역까지 자동차로 쫓아가지만 어느 곳에서도 엘렌을 찾을 수가 없다. 아름답고 유능한 아내, 만만치 않은 세상. 피해의식에 시달리는 앙트완은 하루밤과 하루낮 사이 부당하다고 느껴온 고난을 응축해서 겪게될 것이다.

세드릭 칸은 “사랑하는 누군가가 사라지면,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을 받게 된다. <레드 라이트>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서스펜스를 중심에 두고 있기 때문에 매우 현실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권태> <로베르토 수코>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던 감독. 각색에 남다른 재능을 보여온 그는 대가의 서스펜스가 주는 긴장을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옮겨오면서도, 연약한 내면을 난폭하게 술주정으로 감추려는 중년 남자를, 신경질적으로 추적한다.

병원에서 발견된 엘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앙트완은 필름이 끊긴 사이 무슨 일을 저지른 걸까. 대답을 요구하는 서스펜스를 깔고 있는 <레드 라이트>는 그 질문에 대한 답보다는 걷잡을 수 없는 앙트완의 하룻밤에 집중력을 쏟아붓는 영화다. 아내에게 기대면서도 그 사실에 화를 내고, 숱없는 머리카락만큼이나 별볼일도 없고, 불안과 분노를 구분못하는 중년 남자. 그 내면을 집요하게 파헤치는 세드릭 칸은 술에 취한 남자가 겪는 악몽 같은 하룻밤과 우연처럼 이루고 만 복수를 단순한 스릴러 이상의 영화로 만들어냈다.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