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루카스 무디손/ 스웨덴/ 2004년/ 98분
스웨덴에서 날아온 젊은 감독 루카스 무디손은 시인이기도 하다. 17세에 첫 시집을 출간한 그의 영화 데뷔작은 제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초청되었던 <쇼우 미 러브>(Fucking Amal). 사춘기의 소녀가 첫사랑에 눈을 뜨는 이야기를 재기발랄하게 다룬 이 레즈비언 로맨스는 "활력있고 재미있는 청춘영화"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내 마음의 구멍>에서 그런것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내 마음의 구멍>은 충격적인 이미지의 난동으로,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이보다 더 변태적인 영화를 보기는 힘들 지도 모른다.
작은 아파트에는 아버지 리카르드와 자폐적인 성격의 아들 에릭이 산다. 에릭은 검게 머리를 염색하고 록음악에 열중하며 방에 쳐박혀 나오지 않는 고스족이고, 아버지는 친구인 게코와 함께 아마추어 포르노를 만드는 인간 말종이다. 성기에 모종의 수술을 한 여배우 테스가 아파트에 오자, 세 사람은 포르노 제작을 위해 섹스하고 마시고 마약하고 토하고 싸우며 하루를 보낸다.
<내 마음의 구멍>은 내러티브라 할 만한 것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 카메라는 현실과 망상 사이를 오가는 듯 모호한 이미지들을 끊임없이 보여주고, 성기의 빈번한 노출과 실제 배뇨•구토장면이 관객을 고문한다. <내 마음의 구멍>이 쏟아내는 폭력적인 이미지를 견디기 위해서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화사한 레즈비언 청춘영화 <쇼 미 러브>를 만들었던 20살의 시인 루카스 무디손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이 디지털카메라의 극단적인 실험은 진정으로 새로운 것을 보고 싶은 관객에게만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