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책을 읽거나 비둘기 모이주기>의 정강우 감독, 관객과 만나다
2005-05-04
글 : 김현정 (객원기자)
“술친구들과 12일 동안 찍었다”

제목만 듣고는 도저히 어떤 영화인지 짐작할 수 없는 <책을 읽거나 비둘기 모이주기>가 5월3일 전주 메가박스에서 첫번째 상영과 GV를 가졌다. 디지털 영화 <책을 읽거나…>는 폭설로 길이 끊긴 산장에서 사흘 동안 일어나는 일이다. 고등학교 친구 영미와 지혜는 둘쨋날 아침 산장 문앞에 알몸으로 버려진 남자를 방으로 들인다. 지혜의 죽은 애인과 꼭닮은 그는 자신이 천사라고 주장한다. 옆방에는 검은 옷을 입은 무표정한 여인과 박달나무 몽둥이를 들고 다니는 거친 남자가 묵고 있다. 남자는 지혜의 발밑에서 핏자국을 발견한다. 그들 모두가 숨기고 있는 비밀은 무엇일까. 분절된 플래시백과 몇번의 반전으로 구성된 <책을 읽거나…>는 끝까지 보고 나서도 궁금해지기만 하는 영화. 그때문인지 관객 대부분이 극장에 남아 정강우 감독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

2002년 단편 <돼지멱따기>로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아온 적이 있는 정강우 감독은 제목의 의미를 묻는 관객에게 “그 질문이 나올 줄 알았다”는 말로 대답을 시작했다. “처음 제목은 <천사가 그녀와 섹스를 한 진짜 이유>였지만, 영화를 완성하고 나니 너무 재미없는 제목이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결혼하고 몇 년 지나면 정말 ‘책을 읽거나 비둘기 모이주는’ 작은 일 말고는 별로 하지 않는다. 나는 결혼한지 7년됐다(웃음)”. 정강우 감독이 처음 지었던 제목은 그대로 이 영화의 반전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강우 감독은 관객이 순식간에 드러나는 진실을 놓치지 않았나 염려하며 오히려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정강우 감독은 <책을 읽거나…>를 평소 술마시고 놀던 사람들과 함께 12일 동안 찍었다고 했다. 감독의 익살을 담고 싶었고, 현장에서 <이나중 탁구부>를 참고해 독특한 사랑법을 만들어내기도 하면서, 재미있게 만들었다는 영화. 아직 비빔밥을 먹지 못했다며 객석을 향해 비빔밥집을 물어보던 정강우 감독은 상영 전에 “째려보지 말고 편안하게 봐주기를” 부탁했다. 파고들자면 한없이 복잡할 수도 있을 <책을 읽거나…>는 그렇게 보는 것이 정도(正道)일지도 모르겠다.

사진 소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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