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하기우다 코지/일본/2004년/82분
도쿄에서 혼자 살고 있는 샐러리맨 하루오는 “나, 결혼하게 됐어”라고 적힌 어머니의 편지를 받고 고향에 온다. 어머니는 젊어서 남편을 잃고 홀몸으로 하루오를 키웠다. 사랑에 빠진 어머니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하루오. 그는 결혼식이 끝나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8년 전에 고향을 떠난 친구 미유키를 만난다. 미유키는 하루오와 섹스를 하고난 다음날 아무 말도 없이 사라졌었다. 하루오는 자기 딸 치하루를 만나러 오라는 미유키의 초대에 설레이지만, 다음날 찾아간 아파트엔, 치하루만 혼자 있다. 하루오는 치하루의 손을 잡고 하루종일 미유키를 찾아다닌다.
<귀향>은 평범하고 조그만 사건으로 이루어졌지만 그 사건 안에 섬세한 감정이 녹아있어 잔물결을 일으키곤 하는 영화다. 어찌보면 하루오는 고아나 다름없다. 고향집엔 낯선 아저씨가 있어 들어가기 서먹하고 도쿄의 작은 아파트는 온기라곤 없이 싸늘하다. 그때문에 치하루가 자기 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하루오는 안스럽다. 더이상 예전같을 수 없는 고향에 돌아온 하루오는 누구의 손이라도 잡고 싶을 것이다. 여기에 맛있는 걸 먹으러간 나들이 장소에서 엄마와 아빠가 싸웠다는 사실만 분명하게 기억하는 치하루가 있다. 조숙하고 되바라진 치하루, 소심하고 덜자란 듯한 하루오. 두 사람이 미유키의 남자친구가 살고 있는 집, 그녀가 헤어진 전 남편과 밥을 먹으러 갔던 식당, 지나다 들른 작은 축제들을 짚어가며 친해지는 여정은 한순간 한순간이 정성스럽다. 하기우다 코지는 <수자쿠>의 가와세 나오미의 조감독이었던 감독. 그는 고요한 대기 속에서 삶의 급소를 발견하는 가와세의 재능을 보고 배운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