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화에 등장하는 인디언은 대체로 백인 주인공의 적이었다. 잔인하고, 더럽고 낙후된 종족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고 있다. 현존하는 미국 인디언족들이 이미지 쇄신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할리우드 투자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릭 슈로더 감독의 <검은 구름>(2004)이 한 예다. 미국 올림픽 복싱팀 소속 나바호족 인디언 선수를 소재로 한 영화 <검은 구름>의 제작비 100만달러는 미국 전역 12개 인디언 부족이 결합하여 내놓은 것이다. 한편, 텔레비전용 다큐멘터리 <미국춤의 세계>는 뉴욕 오네이다 인디언족이 <NBC>와 협력하여 제작한 작품이다. <미국 인디언 춤의 세계>는 최초로 인디언족이 제작비 전액(35만달러)을 투자하여 네트워크 TV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가 됐다.
이런 움직임은 그동안 인디언족의 문화를 왜곡해온 할리우드영화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 오네이다족의 대변인 레이 할브리터는 “우리는 사업을 이해하고 백인들에게 우리를 이해시키기 위해 영화를 시작한 것뿐이다. 오로지 수익만이 우리의 동기는 아니었다”고 말하면서 “우리가 실제로 무언가를 산업적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로듀서로 참여한 인디언족 소니 스카이호크도 “할리우드는 무한정 타락한 편협한 현명함으로 마치 언제나 우리가 없는 것처럼 생각해왔다”면서 종족 문화적 주권을 바로잡아 확립하는 것에 큰 의의가 있음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인디언족들의 할리우드 제작 투자 붐을 가능하게 한 산업적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의 투자를 가능하게 한 것은 무상 카지노 산업의 성장에서 비롯됐다. 인디언족의 땅에 도박장을 허락한 1988년 연방법이 인디언들에게 돈을 쥐어준 것이다. 전국인디언게임연합에 따르면 인디언족들은 2004년에만 1850만달러를 거둬들여 2003년보다 10% 상승한 수익을 올렸다. 당분간 인디언족의 투자 경향은 다큐멘터리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디언 신문 <종족의 소리>의 편집자이자 라코타 부족의 일원인 프랭크 킹은 “좀더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형식이기 때문에 인디언 부족들은 다큐멘터리 프로젝트에 더욱 흔쾌히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