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의 네티즌들이 관객으로 참여하고, 세계 곳곳의 심사위원들이 온라인으로 작품을 심사하는 서울넷페스티벌이 5월1일부터 서울넷&필름페스티벌, 일명 세네프영화제 홈페이지(www.senef.org)에서 시작된다. 세네프영화제의 온라인 프로그래머 이강옥씨는 서울필름페스티벌이 열리는 9월까지 4개월 남짓 진행될 온라인 축제를 지휘하는 주요 인물 중 한명. 그는 92년 말 대입시험을 치르고 처음 발을 디뎠던 문화학교서울과의 인연으로 인디스토리의 창립을 함께 준비했고, 이후 프랑스에서 문화예술 프로젝트 진행과 관련한 공부를 하는 등 10년 넘게 영화 곁에 머물러왔다. 올해 처음으로 프로그래머라는 직함을 얻게 된 그에게, 아직은 낯설게 느껴지는 온라인영화제에 대해 물었다.
-각자의 방에서 모니터로 영화를 보는 영화제라는 것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진다.
=나만 해도 컴퓨터로 영화를 처음 본 것이 지난해 일이었다. 하지만 온라인영화제는 분명 특유의 매력이 있다. 관객과 작가들 사이에서 소통이 바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그리고 전통적인 시네마가 아닌 전혀 새로운 영상물을 처음으로 접할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하다.
-모두가 안정된 환경에서 영화를 관람하려면, 첨단 기술이 필요할 것 같다.
=예전에는 관람 도중에 영상이 끊기는 등의 문제점도 있었지만 이제는 많이 개선됐다. 윈도 사용자든 맥 사용자든 상관없이 온라인 감상에 전혀 지장이 없다. 작품을 받아서 심사하거나 프리뷰하는 방식도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VHS, DVD, CD등 다양한 포맷으로 작품을 받았지만 이제는 작가가 직접 웹상에 자신의 작품을 보낼 수 있는 전송 프로그램을 시행할 예정이다.
-심사를 진행하면서 모두 몇편의 영화를 봤나.
=보름에 걸쳐서 총 572편을 심사했다. 처음엔 작품이 많이 들어오면 그저 반가웠는데, 점점 작품 수가 늘어나니까 너무 많은 건 아닌가, 싶기도 하더라. (웃음)
-온라인영화제 특유의 심사 기준이 있나.
=분명히 특정 디바이스에 유리한 영상문법은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모바일영화제에 가장 적절한 작품은 모바일폰으로 만든 영화들이다. 하지만 각각의 디바이스마다 서로 다른 영상미학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계속 진행 중이다. 최대한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다보면 관객이 답을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영화제 기간 중 가장 뿌듯할 때는.
=해외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달린 리플들을 보고 무슨 뜻인지 알려달라고 할 때가 있다. 비판이건 칭찬이건 거르지 않고 번역해주면 다시 답변을 보내온다. 극장에서 마이크를 들고 진행하는 것이 아닌, 그런 식의 이메일 대화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주 내내 사이트 및 상영 테스트를 하는 등 막판 준비를 위해 정신이 없겠지만, 막상 사이트를 오픈하고 난 뒤가 더 바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