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1, 2편에서는 카메오로 등장하는 피터 잭슨의 모습을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완결편인 <왕의 귀환>에서는 그의 모습이 나오지 않았는데, 이는 카메오 출연을 중단했기 때문이 아니라 편집 과정에서 잘려나갔기 때문이다. 어지간히 아쉬움이 남았는지 그가 힘들게 찍었다는 문제의 장면은 확장판 DVD를 통해 되살아났다.
<왕의 귀환>에서 피터 잭슨이 열연한 역할은 죽은 자들의 길을 뚫고 나온 아라곤 일행에게 배를 빌려주는(?) 해적 중 한사람. 등장한 것까진 좋았으나 레골라스가 쏜 화살에 맞아 최후를 맞이하는 비운의 캐릭터다(사실 레골라스는 다른 해적을 노렸으나 김리 때문에 빗나가서 대신 맞았다). 음성해설에서 피터 잭슨은 “보호대 없이 화살을 6~7대나 맞고 갑판에 나뒹구는 엄청난 스턴트 액션”이라고 자화자찬을 하지만, 그의 아내인 프란 월시와 각본가 필리파 보이엔은 “불쾌한 장면”이라며 비꼬고 있다.
그런데 사실 피터 잭슨이 속한 이 해적단은 거물급들로 구성되어 있다. 완결편을 찍는다는 기분에 촬영감독을 비롯해 제작자, 특수효과 담당자 등이 지저분한 몰골의 해적들로 분장한 것이다.
참고로 전작들에 출연한 피터 잭슨의 모습을 살펴보자면 <반지 원정대>에서는 호빗들이 프랜싱 포니 여관에 도착하기 전 마주치는 ‘당근 든 사내’로, <두 개의 탑>에서는 헬름 협곡 전투 중 ‘창을 던지는 병사’ 로 등장하고 있다 .
마찬가지로 피터 잭슨의 출연 소감이 재밌는데 “왜 하필 당근이냐”고 묻는 질문에는 “말하고 싶지 않다”고 답하면서, 헬름 협곡 장면에서는 “자신이 던진 창에 우르크하이 사령관이 죽어서 전세가 역전된 것”이라며 허풍을 늘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