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사-선택된 순간들> Histoire(s) du Cinema-Moments Choisis
2005-05-05
글 : 김도훈

감독 장 뤽 고다르/ 프랑스/ 2004년/ 80분,/p>

장 뤽 고다르가 만든 영화사란 얼마나 고통스러울만큼 난해할까. 이 거창한 제목의 영화를 앞에 두고 지레 겁먹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영화사-선택된 순간들>은 1986년에 시작되어 98년에 완성된 5시간14분짜리 <영화의 역사(들)>를 80여분 길이로 재편집한 작품. 오리지널은 총 4부로 구성되었으며 연작 비디오와 책으로 만들어진, 그야말로 거대한 영화의 일대기였다. 전주에서 보게될 <영화사-선택된 순간들>은 그보다는 길이가 짧아졌으니 다행이다. 하지만 이것을 ‘재편집본’이라고 한다면 고다르에게는 모욕적인 언사가 될 것이다. 고다르에게 이미지의 재편집이란 완벽하게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는 영화사란 텍스트가 아니라 이미지와 사운드로 이루어진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영화사-선택된 순간들>은 이미지와 소리와 타이포그래피가 현란하게 지나가는 몽타주의 난교처럼 어지럽다. 버스터 키튼에서 찰스 로튼과 로셀리니까지, 고다르의 영상 속에서 영화는 ‘생명’을 얻어서 신명나게 '네멋대로 논다'

<영화사-선택된 순간들>은 <네멋대로 해라>로 영화의 역사를 바꾸어놓은 위대한 작가가 자신의 인생을 지속하게 만든 힘의 근원에 대해서 열심히 토론하는 이미지의 모듬이다. 물론 이것을 머리로 이해하려 하다가는 덪에 걸리기 쉽상이다. <영화사-선택된 순간들>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눈과 귀를 그냥 열어두고 발현하는 이미지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영화는 삶 그 자체이다. 그것은 말해질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 살아져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정당한 이미지가 아니라 단지 하나의 이미지일 뿐이다”. 고다르의 말들은 암호처럼 난해하지만, 눈앞으로 흘러가는 영상으로 역사를 되묻는 고다르의 <영화사-선택된 순간들>은 충분히 즐길만한 난해함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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