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관객평론] <브레인웨이브>, 소재는 창대한데
2005-05-05

신태라 / 한국| 2005년 | 90분

군대를 막 제대한 그는 서울역에서 기이한 남자에게 전단지 한 장을 받는다.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요, 누군가가 나를 감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신태라 감독은 알 수 없는 이야기가 적혀있는 의문의 전단지를 서랍 속에 넣어두고 상상하기를 시작한다. 영화의 첫 장면은 앞서 말한 신태라 감독의 일화를 재현하고 그가 당시 실제로 받았던 전단지의 내용을 어지럽게 보여준다. 이상한 남자의 하소연이 감독에게도 그랬듯이 우리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한다. 그리고 바로 여기가 영화의 발단인 ‘업그레이드 된 신인류, Hy-brain들을 실험하는 어떤 집단이 있지 않았을까’ 라는 판타지의 시작점이다.

<브레인웨이브>의 Hy-brain이란 뇌파조절 능력을 갖은 신인류로서, 영화는 격리 수용되었다가 사고가 발생하자 실험실을 탈출하여 연구원들에 대항하는 한 명의 Hy-brain과 자신이 Hy-brain임을 모르고 혼란스러워 하는 또 다른 Hy-brain, 주노를 축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발달된 신인류의 출현이라는 소재는 과학영화 속의 철학을 끄집어 낼만한 사회적 소재가 될 수도 있을 법 한데, 저예산 영화의 한계를 지닌 SF영화였기 때문인지 <브레인웨이브>의 초점은 이를테면 ‘훅 날아가고 퍽 떨어지는’ SF적인 요소들을 경제적인 측면에서 효과적으로 연출하는 것에 있지 않았나 싶다. 먼저 영상을 염두에 두고 제작방법을 공부한 후 찍었다는 감독의 말도 그렇고, 연구소의 배경을 새하얗게 칠한 넓은 판자 세 개를 세워서 촬영하고, 장풍에 쓰러지는 듯한 표현을 카메라를 위에 올려놓은 차를 직접 밀어내는 방법으로 연출한 장면 등은 저렴하게 찍기 위한 아이디어 짜내기에 고전분투한 흔적이 아니겠는가.

뇌파 조절능력을 인간의 두뇌에 적용시키고자 했던 ‘뇌 활동 조절 연구소’라는 모티브라든지, 무선 인터넷이나 휴대폰 단말기 등에 이용되는 무선데이터 전송 시스템 ‘Bluetooth’를 몸 안에 삽입하고 다닌다는 설정은 게놈지도 완성이 이슈가 되어 있는 21세기 과학시대에 충분히 접할 수 있는 개연성있는 소재다. 이 정도의 소재라면 틀에 매이지 않은 채 좀 더 적극적인 공상과학 시선으로 영화화시켜도 되지 않았을까 싶지만 감독은 역으로 SF영화의 패러다임에 딱 들어맞는 지극히 고전적인 방법으로 연출한다. 그 의외성에서 오는 묘미를 찾는 것이 <브레인 웨이브>의 숨겨진 매력이 될 듯하다.

관객평론가 박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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