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백 투 가야> Back to Gaya
2005-05-05
글 : 김현정 (객원기자)

감독 레나르트 프리츠 크라빙켈, 홀거 타페/영국, 독일, 스페인/2004년/91분

<백투 가야>는 컴퓨터로만 제작된 첫번째 독일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그러므로 <토이 스토리> <슈렉>처럼 날렵하고 정교한 움직임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현실과 환상을 뒤섞는 스토리의 야심만은 초보라는 선입견을 무색하게 한다. <백투 가야>는 <토이 스토리> <네버엔딩 스토리>처럼 환상으로만 존재해야 하는 세계가 현실을 깨닫게 되면서 일어나는 사건이다.

사악한 과학자 아이슬리는 판타지의 세계 가야를 배경으로 한 TV 프로그램 <부와 지노의 모험>이 인기를 얻자 질투를 불태운다. 아이슬리 또한 TV 프로그램의 주인공이지만, 당나귀 귀를 달고 말썽을 부리고 다니는 부와 지노 때문에 밀려나고 말았다. 그는 가야를 지탱하고 있는 크리스털을 빼앗아 온다. 크리스털의 힘이 사라지면서 현실 세계로 빨려든 가야. 부와 지노는 크리스털을 되찾아 가야를 재건하려고 하지만 문제가 있다. 그들은 TV 브라운관 크기 그대로 현실로 떨어져서 턱없이 작은 꼬마가 된 것이다.

무심코 손댄 과거의 변수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시간여행만큼은 아니어도, 부와 지노는 충분한 혼란을 겪는다. 부와 지노는 브라운관 안에서 그자체로 존재하는 줄 알았던 자신들의 세계 가야가 만화가의 붓끝으로 그리고 칠해야만 하는 그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나 우주비행사 버즈처럼 실망해선 안된다. 그들에겐 ‘백투 가야’, 크리스털이 빛나고 마음껏 사고를 치고 다닐 수 있는 가야로 돌아가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컴퓨터로 만든 3D 애니메이션이라고 해도 <백투 가야>는 미국과는 다른 질감과 스케치에 바탕을 두고 있다. 목각인형을 연상하게 하는 부와 지노의 캐릭터, 다소 기괴하게 묘사된 현실 세계, 가라앉은 공기의 색감이 낯선 가야는 세련되진 못해도 신선한 재미를 줄만하다. <엑스맨>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작곡가 마이클 카멘의 유작.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