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라/ 한국/ 2005년/ 90분
거리의 화가 준오는 가끔 극심한 두통에 시달리는 것말고는 지극히 정상적인 청년이다. 엽기적인 연쇄 살인사건 현장에서 연달아 준오의 지문이 발견되고, 이 무렵 심한 두통과 청각 장애를 앓기 시작한 그는 혼란에 휩싸인다. 자신에게 특수한 초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준오는 잃어버린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다가, 모종의 실험이 있은 이래 자신이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감시당하고 또 통제당해 왔음을 알게 된다. 대체 그들은 누구이며, 그에게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일까.
<브레인웨이브>는 음모론에 기반한 SF 영화다. 신태라 감독은 8년 전 서울역에서 “나는 실험을 당했고, 그때부터 몸이 이상해졌습니다. 누군가에게 감시당하고 있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내용의 전단을 돌리던 남자를 보고, 이 스토리를 구상했다고 전한다. 우리 주변의 누군가는 거대한 권력 혹은 이익집단에 의해 희생당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 것이다. 그들에게 이용당하는 약한 소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것이 감독의 전언이다.
저예산 독립영화 시스템으로는 다루기 버거울 수 있는 SF 액션 장르를 소화한 까닭에 기술적인 한계가 엿보이기도 하지만, 와이어 대신 이동차를 이용해 촬영을 하는 등 돈 대신 아이디어로 돌파한 특수효과는 평가할 만한 것이다. 단편 시절부터 SF 장르의 한우물만 파온 신태라 감독은 장편 데뷔작 <브레인웨이브>에서 자신이 열광했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한국 상업영화 여러 편에 오마주를 바치기도 했다. 어떤 작품이 어느 대목에서 출몰하는지 찾아보는 재미도 솔솔할 것이다. 전주에서 선보이는 버전은 마지막 장면을 붙이지 못한 것으로, 감독은 봄이 가기 전에 보충 촬영과 후반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