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스펙트럼 섹션의 중국영화 <우피> 상영 직전, 작품과 감독 리우 지아 인에 대한 유운성 프로그래머의 소개가 심상치 않다. “영화를 보고나면 중국에 새로운 감독이 탄생했다고 생각하실 분이 틀림없이 있을 것입니다. 그보다 앞서 감독을 보시면 깜짝 놀라실거고 영화를 보면서는 아주 여린 체구임에도 몹시 독하구나라고 느끼실 겁니다.” 스크린 앞으로 불려나온 감독은 10대 중반쯤의 왜소한 소녀같다. 하지만 81년생의 그는 베이징필름아카데미에서 시나리오를 전공한 석사 출신 감독이고 <우피>는 장편데뷔작이다. 그의 인사말이 또 심상치 않다. “<우피>같은 영화를 보려면 인내심이 필요할 겁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독일에서 평론가상을 받았으니까요(웃음). 그러나 110분 뒤에는 얻는 게 있다고 보증합니다.”
유운성 프로그래머의 ‘기대’는 과장된 게 아니었다. <우피>는 시나리오, 촬영, 연출 등을 모두 리아 지아 인이 도맡았고, 주연은 그 자신과 실제 부모가 했다. 제작의 전 과정을 이들 셋이 했는데 배경은 그의 집 내부에 국한돼 있고, 에피소드는 모두 실제 있었던 가족의 일상들이다. 그런데 영화의 스타일과 형식은 남다른 개성과 고집으로 일관하며, 23개의 롱테이크로 찍힌 23개의 에피소드는 하나하나가 완결된 이야기를 지니는 동시에 각자가 더 큰 이야기에 복무해 풍성한 정서를 만들어간다. 특이하게도 대부분의 롱테이크는 풀숏이라기보다 클로즈업에 가깝다. 좁은 식탁, 얼굴 하나, 두개의 세숫대야, 달력의 숫자 두개 등에 좁게 제한된 미장센 안에서 세 가족이 격렬하게 부대낀다.
영화가 끝난 뒤 관객들의 질문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연기 맞나?” “절대적으로 극영화다. 이 긴 롱테이크에 시나리오가 있을지 궁금할텐데 대사와 동작을 아주 자세히 기록한 극본이 있었고 그대로 찍었다.” “고정 숏을 쓴 이유는?” “개인적인 취향인데 고정된 화면에 유미적 느낌이 있다. 화면은 고정돼 있지만 인물의 내면은 굉장히 역동적이다. 그 역동적 정서와 리듬을 느꼈다면 내 의도가 성공한거다.” “철저히 연출된 일상이라면 어떤 점을 드러내고 싶었던 건가?” “일단 내 가정 생활의 모습을 보존해놓고 싶었다. 그리고 어떤 게 비로소 영화인가하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다. 나에게 영화는 어떤 체험, 이해, 나의 어떤 사고를 표현하는거다. 내용과 방식에서 내가 생각하는대로 만들었다.”
그의 내공이 차기작에선 또 어떻게 나타날지 궁금해지는데 역시 고집이 엿보인다. “스타일은 같을 거고 또 가족에 대해 찍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