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에고슈터> Egoshooter
2005-05-06
글 : 김도훈

크리스티앙 베커, 올리버 슈바베/독일/2004년/79분

‘자기를 찍는 사람’이라는 뜻을 지닌 제목 ‘에고(Ego)+슈터(Shooter)’를 보는 순간, 이 작품이 어떤 영화인지는 또렷해진다. 디지털 스펙트럼에 초청된 <에고슈터>는 영화 다이어리다. 독일 퀼른의 어느 허름한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청년 자콥은 직접 카메라를 들고 자신의 일상을 기록한다. 미래에 대한 아무런 꿈도 없는 그는 클럽에서 친구들과 어울리고, 소녀에게 연정을 갖고, 엄마뻘 되는 여인이랑 술을 마시고, 빈집에 숨어 들어가 집기를 파괴한다. 여기에는 또 한대의 카메라가 있다. 가까운 관찰자의 손에 들린 카메라는 자콥의 일상을 제3자의 눈으로 기록한다. 그런데 알고보니 ‘자콥’은 실재 인물이 아니다. 주인공역을 맡은 배우는 독일의 떠오르는 아이돌 스타인 ‘톰 쉴링’. <에고슈터>는 영화 다이어리를 교묘하게 가장한 가짜 다큐멘타리다.

<에고슈터>는 빔 벤더스가 젊은 재능을 발굴하기 위해 만든 ‘래디컬 디지털 프로젝트’의 세번째 작품. 대가의 지원을 등에 업은 크리스티앙 베커와 올리버 슈바베는 비전문배우와 전문배우를 섞고, 16세와 23세 사이의 젊은이들을 광범위하게 조사해서 <에고슈터>를 만들어냈다. 관객은 곧 자콥이라는 소년의 일상이 연출된 것임을 깨닫지만, 세심하게 편집된 이미지와 배우들의 즉흥적인 연기에 힘입어 자콥이라는 가상의 소년은 살과 피를 얻어간다. “현대 독일의 마음의 상태”를 현미경을 대고 들여다보듯이 담아낸 <에고 슈터>는, 대상에게 밀접하게 다가갈 수 있는 디지털 매체의 용이함을 최대한으로 발휘한 영화적 실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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