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관객평론] <별별 이야기>, 영롱한 한 편의 시
2005-05-06

유진희, 권오성, 5인프로젝트팀, 이애림, 이성강, 박재동 /한국 | 2005년 | 73분

감독들은 애니메이션이 지닌 강점을 적극 이용하여 자신만의 개성 넘치는 기법으로 여섯 개의 단편을 만들어 냈다. 실사 영화인 <다섯 개의 시선>이 한국 사회가 직면해 있는 인권 침해의 문제를 리얼리즘적 시각에 기초하여 풀어 나갔다면 애니메이션인 <별별 이야기>는 보다 기발하고 시적인 연출로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아름다운 영상으로 한 단계 승화시켜 펼쳐 보인다.

시인은 시적인 언어로 대상을 새롭게 해석하는 능력을 발휘하며 작고 하찮은 존재에게서도 생의 진리를 유추해낸다. <별별 이야기>에서 드러나는 감독들의 세심한 시선은 바로 그러한 시인의 시선과 일맥상통하며 그 섬세한 붓 터치는 시적 언어의 절묘한 배치에 다름 아니다. 미니멀한 공간 연출이 돋보이는 <낮잠>은 장애아가 처한 현실적 장벽을 현실과 환상의 절묘한 배합 속에서 따뜻하게 묘사한다. 정상인인 아버지와 장애아인 딸의 닮음은 길에서 주운 장애 강아지에게로 그대로 전이되면서 그들이 지닌 동일한 생명체로서의 가치를 피력한다. 그리고 <그 여자네 집>은 원근법을 무시한 채 일상적 공간을 그려내면서 집안일이 일방적으로 여성에게만 부과되는 현실적 상황을 권태롭게 보여준다. 결국 그러한 가부장적인 가정으로부터의 독립을 우회적으로 재치있게 표현해 내며 긴 여운을 남긴다. 이주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이야기하는 <자전거 여행>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주인공의 영혼이 자전거를 타며 추억의 장소를 배회한다. 자신을 당당히 드러내며 큰 목소리로 투쟁해야할 대상의 모습을 오히려 감춤으로써 시적 어휘의 힘을 획득한다. 유일한 클레이애니메이션인 <동물농장>은 마치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상기시키는 알레고리로 인간사회에 만연한 차별의식을 고발하고, 가장 독특한 형식의 <육다골대녀>는 초현실주의적인 화면 연출로 위트있게 외모차별을 다룬다. 끝으로 <사람이 되어라>는 우리가 흔히 하는 ‘사람이 되어라’는 충고에서 ‘사람’이라는 단어가 지닌 상징적 의미를 사전적 의미로 대체하여 진짜 ‘사람’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짐승 외모를 한 학생들의 애환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이상으로 살펴보았듯이 각 작품들은 일상적 공간에서부터 출발하여 대상과 언어 그 자체에 이르기까지 시적인 재현의 필터를 거쳐 인권 의식의 고취라는 제작 취지뿐만이 아니라 미학적 완성도, 나아가 차별의 궁극적인 극복을 위한 시심(詩心)의 필요성까지 느낄 수 있다.

관객평론가 김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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