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드라마<킹덤 오브 헤븐>이 미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 여름시즌의 시작을 알렸다. 그러나 3216개관에서 개봉해 2000만달러를 거둬 최근 미국 극장가 가뭄을 해소하는데는 실패했다. 흥행집계회사 이그지비터 릴레이션스에 따르면, 8년만에 가장 부진한 여름시즌 오프닝 성적이라고. <글래디에이터>에 이어 또다시 역사극에 도전한 리들리 스콧 감독작이며 올랜도 블룸의 첫 주연작이기도 한 <킹덤 오브 헤븐>은 중세 십자군원정을 그린 1억5000만달러짜리 대작이다. 개봉 전부터 표절의혹에 휘말리고 종교인들의 반발을 사는 등 여러 모로 화제가 됐다. 저조한 성적의 원인으로는 145분이라는 긴 상영시간과 R등급(17세 미만은 반드시 보호자 동반)이라는 점이 꼽혔다. 올랜도 블룸의 팬 연령층이 주로 10대 이하임을 감안하면 R등급은 꽤 치명적이다. 작년에 개봉한 <트로이>도 러닝타임 163분에 R등급이었지만 브래드 피트라는 스타캐스팅 덕분에 개봉 첫주에 4670만달러 수입을 올렸었다. <킹덤 오브 헤븐>은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100여개국에서 개봉해 5600만달러의 해외수입을 스튜디오에 안겨줬다.
2위로 데뷔한 <하우스 오브 왁스>는 힐튼가의 상속녀 패리스 힐튼이 (카메오가 아닌) 정식 배우로 첫 출연한다는 사실덕분에 화제가 된 공포영화다. 53년작 <밀랍 인형의 집>을 신인 감독 자우메 세라가 리메이크했다. 개봉성적은 1225만달러. 제작비가 3000만달러대인 것을 생각하면 준수한 성적이다. 지난 주 1위였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57% 하락한 912만달러 수입으로 3위에 랭크됐다.
4위에 오른 <크래쉬>(Crash)는 돈 치들, 샌드라 불럭, 맷 딜런, 브렌든 프레이저 등 여러 중견 배우들을 기용한 영화다. 오스카 수상작<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각본가 폴 해기스의 연출데뷔작으로, 자동차 사고를 둘러싼 8명의 삶을 담은 미스터리 드라마.
<인터프리터>와 <트리플X2: 넥스트 레벨>은 5, 6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