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스탭·배우가 노개런티로 찍은 옴니버스영화 <썬데이 서울> 촬영현장
2005-05-09
글 : 김현정 (객원기자)
사진 : 이혜정
<썬데이 서울>의 재구성

아무리 보아도 상관관계를 파악할 수 없는 세 무리의 사람들이 한적한 국도변 주유소에 모여 있다. 십대인 듯한 고교생 무리와 80년대풍으로 차려입은 일가족, 낡은 도복을 입은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 따로따로 떼어놓아도 이상하기만 이들은 영화 <썬데이 서울>을 구성하는 세 가지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이고, 에필로그 촬영을 위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옴니버스영화 <썬데이 서울>은 70, 80년대 인기를 끌었던 가십 잡지 <썬데이 서울>에 등장했을 법한, 다시 말해 황당무계한 이야기들을 엮어놓은 영화다. 봉태규가 출연하는 첫 번째 에피소드는 열여덟 생일에 타고난 운명을 맞게 되는 한 소년의 성장담. 쓰러져가는 산장에 들어간 연쇄살인범과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무공을 수련하는 청년의 이야기가 그뒤를 잇는다.

스탭과 배우들이 수익을 분배받기로 하고 노개런티로 참여한 <썬데이 서울>은 이날 모든 촬영을 마쳤다. 이상한 가족의 부모로 출연하는 김추련과 정소녀, 어느덧 학교 짱으로 등극한 봉태규, 봉태규가 짝사랑하는 고은아, 무술 고수의 딸로 태어난 이청아 등은 에필로그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상영될 짧은 인서트 컷까지 해지기 전에 무사히 찍었다.

박성훈 감독

이 영화로 데뷔하는 박성훈 감독은 <품행제로> <S다이어리> 등의 프로듀서. 평소 “좋은 사람들이 모여 재미있는 영화 한편 해보자”고 농담처럼 말하곤 했다는 그는 수많은 배우와 스탭들을 노개런티로 끌어모으는 괴력을 발휘하면서 프리프로덕션까지 더해도 1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독특한 영화 한편을 만들어냈다.

<겨울여자>로 유명한 김추련은 이 영화를 찍으면서 동시녹음을 처음 경험했다. 그는 “1970, 80년대에는 소재의 제약이 많아 청춘물 아니면 호스티스 영화가 전부였다. 지금은 중년배우들도 할 수 있는 역이 많이 생기고 있는 듯하다”고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선 소감을 밝혔다. 김추련과 정소녀는 한때 그들 자신이 <썬데이 서울>에 등장하기도 했던 추억의 스타. 그러나 박성훈 감독은 “사람들은 <썬데이 서울>을 야한 잡지로만 생각하지만, 사건이나 사고를 재해석해서 드라마로 만들어놓기도 했다”고 묵은 기억을 일깨우면서 영화 <썬데이 서울>의 모양새를 어렴풋이 암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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