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쉘부르의 우산>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프랑스 감독 자크 드미(1931~1990)의 대표작 7편을 상영하는 ‘자크 드미 특별전’이 11일부터 19일까지 낙원동으로 자리를 옮긴 서울아트시네마(옛 허리우드 극장)에서 열린다. 자크 드미는 활동시기와 동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영화 철학에서 누벨바그 세대로 소개되기도 하지만 사운드와 이미지가 빚어내는 매혹을 서정적인 스타일로 풀어내면서 다른 누벨바그 감독들과는 차별성 있는 영화세계를 구축해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장편 데뷔작인 <룰라>(1961)에서 이미 자크 드미는 춤과 노래의 세계에 빠져들었고, <쉘부르의 우산>(1964)과 <로슈포르의 숙녀들>(1967), 마지막 영화 <추억의 마르세이유>(1988)에 이르기까지 춤과 음악을 중요한 모티브이자 이야기를 풀어가는 한 방식으로 삼았다.
또한 드미의 영화에는 운명의 힘에 의해 이끌려가는 여성 주인공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들이 경험하는 사랑과 이별의 순간을 통해 인생의 밝은 면보다는 어두운 면을 즐겨 들여다보는 드미의 성향도 그의 작품목록을 관통하는 특징이다. 회고전에서는 <룰라>와 앞의 세 영화를 비롯해 잔 모로가 주연한 <천사들의 해안>(1963), 동화적인 이야기인 <당나귀 공주>(1970), <쉘부르의 우산>을 비롯한 드미의 주요 작품에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카트린 드뇌브가 마르첼로 마스트로이안니와 짝을 이뤄 코믹연기를 선보이는 <달 착륙보다 훨씬 중요한 사건>(1973) 등을 상영한다. 또한 여성 감독 아녜스 바르다가 남편이자 예술적 동반자였던 드미의 삶과 예술에 애정을 바치는 다큐멘터리 세 편, <낭크의 자코> <로슈포르, 25년후> <자크 드미의 세계>도 함께 상영한다. (02)741-9782, 745-3316 cinematheque.seou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