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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이트 런> 두 남자, 친구가 되다
2005-05-10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연이은 고된 여정에 굳은 표정을 한 두 남자.

<미드나이트 런>은 현상금 사냥꾼 잭 월쉬(로버트 드 니로)와 마피아의 돈을 횡령하여 도피중인 회계사 조나단 마두카스(찰스 그로딘 분), 이 두 남자에 관한 이야기다.

1984년 에디 머피의 걸죽한 입담이 대박을 터뜨린 <비벌리 힐즈 캅>을 통해 코미디와 액션을 오가며 능수능란한 연출력을 발휘하였던 마틴 브레스트 감독은 4년 후 발표한 이 영화를 통해 <비벌리 힐즈 캅>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방식을 더욱 절묘하게 선보였다. 유감스럽게도 <미드나이트 런>은 전작만큼의 큰 흥행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비디오와 DVD를 통해 관객들의 꾸준한 지지를 받아왔다.

월쉬는 시계에 얽힌 사연을 천천히 이야기한다.

간략하게 소개한 스토리에서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각기 카리스마를 소유한 두 배우의 경연이 중심을 이루는 버디 무비이자 뉴욕에서 LA에 이르는 여정을 따라가는 로드 무비이다. 버디 무비의 초반부는 항상 대조적인 두 인물이 충돌하고 반목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상례. <미드나이트 런>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월쉬에게 마두카스는 지긋지긋한 현상금 사냥꾼 생활의 마지막 한탕으로, 사람이 아닌 단지 '돈'으로 보일 뿐이다. 마두카스는 마두카스대로 마피아의 돈을 횡령해 놓고 ‘잘 살고 있다’는 엽서를 보낼 정도로 당돌한 인물이지만, 하필이면 FBI도 아닌 불친절한 현상금 사냥꾼한테 잡혀 언짢을 따름이다.

하지만 미국 전역을 가로지르는 5일 동안의 여행은 두 사람의 관계를 단지 이해가 얽힌 마지못한 사이에서 진정한 친구로 변모하게 만든다. 영화가 중반을 지나 후반으로 접어들 때 등장하는 화물 열차 시퀀스는 마침내 월쉬와 마두카스 사이에 우정이 생겼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마두카스는 월쉬가 제대로 가지도 않는 시계를 항상 차고 있음을 궁금해 하는데, 월쉬는 그것이 첫사랑으로부터 받은 선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녀가 돌아올 지도 모른다는 바램으로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마두카스는 그녀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며, 과거를 잊고 새로운 시계를 마련하라고 답한다. 그리고 그는 월쉬에게 말한다.

결국 웃음을 터뜨리는 마두카스.

“자넨 좋은 사람이야. 우리가 다른 상황에서 만났더라면 자네와 나는... (폭소) 아마도 계속 싸우고 있었을 거야!”

이 부분에서 월쉬와 마두카스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린다. 두 사람의 마음이 처음으로 하나가 된 것이다. 물론 이 장면 뒤에도 둘은 계속 티격태격하지만, 이미 마음의 문이 열린 그들은 대단원에서 멋진 결말을 연출하게 된다. 설명이 필요없는 베테랑 로버트 드 니로와 다양한 역할을 뛰어나게 소화해 왔던 찰스 그로딘의 연기는 캐릭터 영화로서의 <미드나이트 런>을 뛰어난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DVD는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이 지원되지 않으며, 부록도 들어있지 않지만 두 배우의 멋진 앙상블이 돋보이는 작품만으로도 일견의 가치가 충분한 타이틀이다.

두 남자의 얼굴에는 이제 미소가 번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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