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호러 영화 무더기 개봉하는 할리우드 여름 극장가
2005-05-11
글 : 박혜명
피바다의 여름
<아미티빌 호러>

할리우드의 올 여름 극장가가 이례적으로 진한 핏빛으로 물들 전망이다. <CNN>은 최근 인터넷판 기사를 통해 올 여름 미국 내에서 개봉할 호러영화가 12편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여름이 호러영화의 계절임은 자명하나, 올해 개봉예정인 영화의 편수는 지난해보다 2배가 많은 수치라고 <CNN>은 덧붙이고 있다.

본격적인 시즌의 포문을 여는 영화는 미국 내 개봉이 5월6일로 예정된 <하우스 오브 왁스>. 워너브러더스의 1953년 동명영화를 리메이크한 이 영화는 여섯명의 10대들이 겪는 끔찍한 주말여행을 소재로 했다. 5월20일에는 폴 슈레이더가 연출한 <도미니언: 엑소시스트 전사(前史)>가 개봉하며, 6월24일엔 B급호러의 거장 조지 A. 로메로의 <시체들의 땅>이 개봉할 예정이다. <중앙역>으로 남미영화계의 신성이 된 월터 살레스는 <검은 물 밑에서>의 리메이크작 <다크 워터>를 최근 완성했고, <스크림> 시리즈의 창조자 웨스 크레이븐은 신작 <레드 아이>를 후반작업 중이다. 두 영화의 개봉일은 각각 7월8일과 8월19일이다. 이외에도 이안 소프틀리의 <더 스켈레톤 키>, 레니 할린의 <미드헌터스> 등이 올 여름 호러영화 대열에 낀다.

감독들도 쟁쟁한 호러영화들의 이례적인 ‘무더기 개봉’과 관련해 <CNN>은 흥미롭게도 뉴욕대 메디컬센터 박사이자 뉴욕 심리분석협회장을 지낸 찰스 굿스타인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굿스타인 박사에 따르면 이는 “이라크전뿐 아니라 신문과 TV의 각종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각종 현실세계의 폭력으로부터 관객이 벗어나고 싶어하는 욕구를 반영”하는 하나의 현상이다. 굿스타인 박사는 “호러영화를 보는 행위가 (현실세계에서 작용하는) 요인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극장 안에서 극도의 공포를 느낀 뒤 기분이 나아져 현실로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이라크 침공을 감행한 2003년 공포영화 <천 구의 시체들의 집>은 저예산에 단 한명의 스타도 없이 약 1700만달러로 박스오피스에 데뷔했다. 올해 미국의 첫 호러영화 <아미티빌 호러>의 경우, 공포영화의 개봉시기로 환영받지 못하는 4월 중순에 개봉해 첫주에 약 235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굿스타인 박사의 말의 정확성을 증명하기는 어렵겠지만, 요즘 할리우드 제작자들은 새로운 관객층을 만들어내기 위해 호러영화쪽에 이전보다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톱 여배우가 출연하면 여성관객이 큰 반응을 보인다”고 말한 제작자 조엘 실버는 <고티카>에 할리 베리를 캐스팅했고, <하우스 오브 왁스>에 패리스 힐튼을 내세웠다. 콜럼비아의 <그루지>는 사라 미셸 겔러가 주연을 맡았다. 관람등급을 낮추려는 노력도 있어서 <그루지>는 공포영화임에도 PG-13등급을 받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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