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틀]
<라스트 샷> FBI의 가짜 영화 제작기
2005-05-11
글 : 한청남

범죄자를 검거하기 위해서라면 손가락이 잘리는 것도 마다않는 열혈 FBI 수사관 드바인. 함정수사가 장기인 그는 로드아일랜드의 소도시 프로비던스에서 마피아 두목의 먼 친척뻘 되는 자를 감시하라는 임무를 맡는다. 감시 대상이 영화 제작에 필요한 트럭 노조를 쥐고 흔든다는 사실을 알게 된 드바인은 가짜 영화를 미끼로 조직을 일망타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할리우드로 날아가 제작자 행세를 시작한다. 그는 가짜 영화에 쓰일 각본을 물색하던 중 순진한 시나리오 작가 스티브를 만나 감독으로 영입한다. FBI의 작전일 줄은 꿈에도 모르는 스티브는 자신의 영화 ‘아리조나’를 만들게 되었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데….

<라스트 샷>은 1980년대에 실제로 벌어졌던 FBI의 기막힌 함정수사를 소재로 한 영화다.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허구적인 내용이 가미된 건 사실이지만, 어쨌거나 정부기관이 사기꾼이나 꾸밀법한 작전을 세우고 민간인을 끌어들인 것은 유래가 없는 일이라고 한다. 그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 방식이 그만큼 허황된 면이 있으며, 자신의 각본을 팔기 위해서라면 물불가리지 않는 시나리오 작가들이 널려있기 때문인데, 이러한 풍자는 극 중 기괴한 캐릭터의 할리우드 제작자를 연기하는 조앤 쿠색의 대사에 잘 나타나 있다.

영화의 핵심은 FBI가 제작하는 영화 ‘아리조나’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제목처럼 아리조나 사막에서 찍어야 할 영화가 갱단의 거주지역인 동부의 도시에서 만들어지면서 각본에 손질이 가해지기 시작하고, 생각도 못한 유명 배우의 참여로 판은 더욱 커지게 된다. 떼돈을 벌 수 있다는 드바인의 말발에 넘어간 FBI 간부들은 급기야 영화의 시리즈화를 결정한다. 돈과 알력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할리우드의 이면을 그렸다는 점에서 로버트 알트만의 <플레이어>와도 흡사하지만, 코미디 영화로서 한바탕 해프닝을 그리는 정도에 만족하고 있다.

작은 규모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캐스팅이 화려한데, 드바인 역에 알렉 볼드윈과 스티브 역에 매튜 브로데릭을 축으로 성격파 배우인 레이 리오타가 드바인의 형이자 FBI 부국장 역을, TV 시리즈 <몽크>로 주목받기 시작한 토니 살룹이 마피아 역을 맡았다. 여기에 토니 콜레트, 칼리스타 플록하트 같은 개성파 여배우들이 가세했으며 B급 영화에 단골로 출연하는 에릭 로버츠도 카메오로 출연하고 있다.

메가폰을 잡은 제프 나단슨은 <캐치 미 이프 유 캔> <터미널> 등에서 스필버그와 작업한 각본가 출신 감독. 그는 영화 속에서 미처 못 다한 이야기들을 DVD를 통해 풀어놓고 있는데, 매튜 브로데릭과의 음성해설에서는 FBI 간부들에게 시달리는 드바인처럼,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들기가 쉽지 않음을 밝히고 있다. 삭제장면의 경우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장면임에도 왜 삭제해야 했는지 설명해주며, 특히 별도의 부가영상으로 수록된 ‘로버트 에반스의 소개’가 영화판에 빠진 사연도 들려준다. 로버트 에반스는 <대부> <차이나타운> 등을 제작한 전설적인 인물. 원래는 도입부에서부터 영화 중간 중간에 그의 내레이션을 삽입할 계획이었다고. 리모콘으로 조작만 하면 감독이 원했던 대로 그의 내레이션을 들으며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DVD가 주는 즐거움이다.

또한 실제 영화 제작자로 가장했던 전직 FBI 요원과 속임수에 넘어간 시나리오 작가들이 십수 년 만에 만나는 모습을 담은 부가영상도 놓칠 수 없는 흥밋거리. 화질과 음질은 무난한 수준으로 독특한 할리우드 코미디 영화를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감독의 해설
실제 사건 주인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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