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못본 장면]
<오스틴 파워> 인간 방패의 진수
2005-05-12
글 : 한청남

<오스틴 파워> 시리즈의 두 번째 영화 <나를 쫓아온 스파이> DVD에 수록된 삭제 장면 모음은 다른 영화들보다 보는 재미가 더 하다. 편집을 재치 있게 해놨기 때문에 그냥 Play All(전체보기)을 선택하기만 하면, 본편 못지않게 낄낄대면서 볼 수 있는 코믹한 장면들이 논스톱으로 이어진다. 거기에는 닥터 이블의 원맨쇼를 비롯해 넘버 투의 베드신 등 기막힌 장면들이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 소개할 부분은 여자 킬러 ‘로빈’의 두 번째 등장이다.

시간여행으로 1969년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간 오스틴은 닥터 이블이 보낸 킬러의 공격을 받는다. 절체절명의 순간, 오스틴은 자신을 유혹했던 또 다른 킬러 로빈을 방패막이로 삼는다. 로빈은 오스틴을 대신해 칼에 찔리고 총에 맞고 바주카 공격을 받지만 끝끝내 죽지 않고, 결국에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오스틴을 보호하는 쿠션 역할까지 해준다. 본편에서 그녀의 불행은 거기서 끝이지만 삭제 장면을 보면 그렇지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처에서 여주인공 펠리시티와 시시덕거리던 오스틴은 또 다시 기습 공격을 당하는데, 그 순간 자동차 뒷트렁크가 열리면서 로빈이 튀어나와 총탄 세례를 대신 받아준다. 앞의 사건으로 험한 몰골을 한 그녀는 어느새 오스틴의 비밀 장치가 되어 24시간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훌륭히 임무를 수행한 로빈에게 오스틴이 한 마디 한다. “다시 트렁크에 들어가 있어” 당연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의 모습이 참으로 안쓰러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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