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20일 미국에서 개봉하는 폴 슈레이더 감독의 <도미니언: 엑소시스트 전사(前史)>를 <엑소시스트>의 4편이라 부를 수 있을까. 지난해의 <엑소시스트: 더 비기닝>이 이 시리즈의 4편이라고 기억하는 이들에겐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이다. 그러니까 <도미니언…>은 <…더 비기닝>에 이은 <엑소시스트> 시리즈의 두 번째 4편이다. ‘같은 버전, 같은 내용의 두편의 다른 영화’라는 유례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사연은 꽤나 장구하다.
애초 <엑소시스트> 4편은 존 프랑켄하이머가 맡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제작이 준비 중이던 2002년 프랑켄하이머가 사망하면서 <택시 드라이버>의 시나리오 작가이자 <어플릭션>의 감독인 폴 슈레이더가 감독의자에 앉게 됐다. 2003년 촬영을 마쳤지만, 슈레이더의 촬영분을 본 제작사 모건 크릭의 제임스 로빈슨 대표는 갑작스레 후반작업을 중단시켰다. 끝없는 액션과 흥건한 핏물, 그리고 관객을 놀라게 하는 장면들을 기대했던 그는 심리스릴러로 해석한 슈레이더를 해고하기에 이른다. 대신 액션영화의 달인 레니 할린 감독을 불러들였고, 할린은 결국 시나리오부터 다시 써서 재촬영을 했다. 불과 42일 만에 모든 것을 끝낸 할린의 <…더 비기닝>은 박스오피스에서 참담한 성적을 거뒀고, 이로써 <엑소시스트> 4편을 둘러싼 해프닝은 종결되는 듯했다.
거듭된 반전은 지난해 가을 DVD 출시 또는 케이블 방영을 위해 슈레이더가 자신의 촬영분을 놓고 후반작업에 임하며 시작됐다. 이 완성본, 즉 <도미니언…>은 올 3월 브뤼셀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급기야 미국 극장 개봉까지 이어지게 됐다. 슈레이더는 LA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모건 크릭 예술대학에 마련된 폴 슈레이더의 영화 비교연구 강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인사를 던지며, 그동안 마음고생을 시킨 주범이자 <도미니언…>에 불과 110개 스크린만을 확보(<…더 비기닝>의 경우 2803개)한 모건 크릭에 대한 원망을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