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은 피의 해였다. 1973년 크리스마스 이브로부터 시작된 <엑소시스트>가 호러영화로서는 최고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었고, 공포소설의 황제 스티븐 킹이 처녀장편 <캐리>로 등단했으며, 웨스 크레이븐이 끔찍한 유사 스너프영화 <공포의 휴가길>을 내놓았다. 본격적인 살인과 악마의 향연이 일반 대중의 심장을 할퀴던 그해, 가장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몰고 왔던 작품은 토브 후퍼의 저예산 호러영화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이었다. 마치 할머니의 입으로 듣는 구전동화처럼 느껴지는 영화의 시작은 다음과 같다. 젊은이들은 목가적인 시골을 여행 중이었습니다. 그들은 상처입은 여행객을 만났고, 도움을 청하기 위해 낡은 저택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곳에는 사람 을 먹는 가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14만달러의 제작비로 6주 만에 촬영된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은 불쾌하고 소름끼치는 영화였다. 제작비 부족으로 조악한 다큐멘터리처럼 찍힌 화면은 영화의 공포를 증폭시켰고, 관객은 이 영화를 실재처럼 여겼다. 영화는 무시무시한 수익을 올렸고, 정치·문화적인 해석들도 쏟아져나왔다. 그러나 그때는 1974년이었다. 영화평론가 로빈 우드가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을 두고 ‘베트남의 무차별 살육에 대한 메타포’라고 근사하게 해석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시절이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아마겟돈>과 <진주만>의 마이클 베이가 이 기념비적인 호러영화를 리메이크하기로 결정한 연유에서 정치적인 의도를 찾는 것은 무리다. 어린 시절 슬래셔영화의 팬이었다는 블록버스터 감독은 소년기의 향수를 재현하겠다는 순진한 의식을 치르듯이 리메이크를 계획했으며,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은 마이클 베이가 만든 ‘플래티넘 듄스’(Platinum Dunes) 프로덕션의 창립작이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지난 2003년에 전미 개봉한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은 <킬 빌>을 끌어내리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으며, 제작비의 10배를 상회해서 1억달러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본격적인 하드고어 장면이 난무하는 슬래셔영화로서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수익이었다. 비평가들의 얼굴은 일그러졌지만 관객은 개의치 않았다.
리메이크된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은 오리지널의 이야기 구조를 크게 훼손하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오리지널의 훼손은 여기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람들의 기억과는 달리 토브 후퍼의 오리지널 영화는 느릿느릿하게 진행되는 데다가 살육장면도 그리 많이 묘사되지 않는다. 오리지널이 만들어진 지도 30년이 흘렀으니 새로운 살육은 달라져야만 하는 것이다. 공히 CF 감독 출신인 제작자 마이클 베이와 감독인 마커스 니스펠은 오래된 공포를 되살리기 위해 “더 빠르게, 더 숨쉴 틈 없이, 더 잔인하게”를 외쳤다. 눈을 가리고 싶은 순간이 계속되는 오리지널의 불쾌한 공포에 스피드를 더한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은 오래간만에 찾아오는 피범벅의 롤러코스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