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단성사에서 ‘한국영화 자료 특별전’ 연 영화연구가 정종화씨
2005-05-19
글 : 오정연
사진 : 정진환
“수집은 아마추어처럼, 기록은 프로처럼”

새로 단장한 단성사 지하 2층 영화홍보 전시관에선 총 6개 영화자료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광복 60주년 민족영화, 한국영화 해외영화제 수상작품, 전쟁영화, 하이틴 청소년물, 50년대 시대극 등 다섯개의 포스터 전시회와 한국영화 자료 특별전이 그것이다. 전시물 전부는 영화연구가 정종화(63)씨의 자료들. 1953년 7월27일 부산 광명극장에서 <역마차> 포스터를 몰래 뜯으면서 영화 자료 수집을 시작했다는 그는, 지금도 새벽 6시30분쯤 유력 일간지의 부장급 간부로부터 전화를 받곤 한다. 모두 60, 70년대 한국영화의 정확한 개봉일이나 특정 배우의 출연작 수를 묻기 위한 문의 전화들. 제목만 말하면 개봉일과 개봉관, 출연배우의 출연작 수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통계수치들이 그의 입에서 쏟아져나오니, 웬만한 검색 프로그램이 무색할 지경이다.

-한국 최초의 영화를 상영했던 단성사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겠다.

=단성사는 내가 1957년 4월27일 서울에 올라와서 처음으로 영화를 봤던 극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처음엔 극장쪽에서 전시관 한개를 1년 계약으로 내준다고 했는데 개관을 3일 앞두고 한층 전부를 다 전시물로 채울 수 있겠냐고 하더라. 내가 가진 자료야 평생 전시해도 다 못할 정도로 많이 갖고 있으니 거절할 이유는 없었지.

-그렇게 많은 통계와 기록 등을 꿰고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몇 만점에 달하는 자료를 보관하고 분류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모든 수집자료와 새로 알게 된 기록들은 일일이 손으로 정리한다. 지금도 컴퓨터는 전혀 사용할 줄 모른다. 보관할 땐 자료들 대부분이 종이이기 때문에 습기를 멀리해야 한다. 홍수가 나서 자료들이 잠기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자꾸만 높은 곳으로 이사를 다녔는데, 지금은 보라매공원 근방에 살고 있다.

-한국 고전영화의 자료 수집이나 통계 현황 등은 상당히 열악한 편이다.

=물론이다. <씨네21>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일간지 심지어 한국영상자료원의 인터넷 사이트에도 잘못된 영화 통계가 한둘이 아니다. <씨네21>의 한 기자가 예전에 이두용 감독님 데뷔작이 72년작 <웨딩드레스>라고 오보를 냈던 것도 기억한다. 원래는 70년작 <잃어버린 면사포>인데. 사람들이 잉마르 베리만이니 장 뤽 고다르는 줄줄 꿰면서 이만희, 하길종 감독처럼 군부독재에 맞서서 한국영화를 지켜냈던 분들에겐 관심도 안 갖는다. 관객이건, 기자건, 평론가건 모두 마찬가지다.

-자신만의 영화 수집 노하우가 있다면.

=자료를 수집할 때는 아마추어처럼, 통계를 내고 기록할 땐 프로처럼 해야 한다. 그저 자료를 모을 뿐이라면 고물상이나 다름없다. 체계적인 정리가 있어야 영화 연구가 된다. 지금도 잡지에서 새로운 자료를 발견하면 언제든지 오려낼 수 있도록 면도칼을 들고 다닌다. 어떤 영화 포스터나 전단도 말아서 다닐 수 있는 고무밴드도 빠질 수 없는데, 영화 포스터를 둥글게 말아서 집에 들어갈 때가 가장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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