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틀]
<말아톤> 500만 관객에 걸맞는 DVD
2005-05-19
글 : 강신우

초원이는 뛴다. 하지만 누구도 그가 정말 좋아서 뛰는지는 모른다. 평생 그의 곁에 있어온 엄마조차 이제는 초원이의 진짜 속마음을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린다. <말아톤>은 스무 살의 몸에 다섯 살의 머리를 가진 자폐아 초원이의 진짜 속마음을 알아가는 과정을 느리지만 진실하게 담아낸 영화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말아톤>의 진짜 미덕은 이 영화가 한 장애인의 아주 특별하고 희귀한 인간승리가 아니라 사회에서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수많은 장애인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과정을 담은 소박한 영화라는 사실이다.

<말아톤>이 극장에서 전국 500만이 넘는 사람들과 감동적으로 소통한 것에 이어, DVD는 그 소통의 장을 더욱 넓히고자 노력한 흔적이 가득하다. <말아톤> DVD는 영화 본편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트랙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한글자막을 국내 최초로 수록하여 정작 자신들의 이야기를 극장에서 보거나 듣지 못한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부록을 담고 있는 두 번째 디스크의 ‘형진 이야기’ 또한 이러한 배려가 돋보이는 영상이다. 이곳에서는 초원이의 실제 모델인 배형진군과 그의 어머니의 모습, 그리고 자폐아에 대한 이해를 돕는 전문가들의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다. 또한 형진군보다 더욱 조용하고 쑥스러움을 타는 조승우와 독도는 우리 땅을 힘차게 부르는 형진군의 귀여운 모습도 볼 수 있다.

제작 과정 중에서
두 주인공의 만남

‘삭제장면’은 이 영화가 얼마나 세밀한 부분까지 장애인의 일상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는지 알 수 있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이 중에서 극장에서 만나지 못해 가장 아쉬운 부분은 초원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 단짝이었던 여자친구와 만나는 장면이다. 어린 시절의 여자친구를 기억해내며 어색해하는 초원이의 모습과 그녀가 남자친구와의 약속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초원이 어머니의 안타까움이 잘 표현되어 있다. 이 외에도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과 오히려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초원이의 모습은 이 영화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재미있는 장면이다. DVD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이 5개의 삭제장면들은 극장에서 만났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말아톤> DVD의 화질과 음향은 최근 나온 한국영화 DVD 중에서는 가장 만족스럽다. 자연스러운 색감과 또렷한 대화 출력은 마라톤 시합이 열리는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절정을 이룬다. 화질과 음향, 부록 모두 500만 관객이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다.

제작 발표회 모습
삭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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