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미트 페어런츠 1,2>를 통해 커다란 웃음보따리를 안겼던 배우 벤 스틸러(40)가 이번에는 애니메이션 목소리 연기에 나섰다. 오는 7월14일 국내 개봉하는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의 주인공 사자 알렉스의 목소리를 연기한다.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코믹한 스크린 속 이미지와 다르게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이었다.
“실제 연기와 목소리 연기는 완전히 다릅니다. 내 연기에 반응을 보여줄 상대 배우도 없거니와 영화 속 배경과 같은 주변상황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상상력만으로 모든 걸 연기해야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더군요. 그래도 나중에 내 목소리를 입힌 알렉스를 눈으로 직접 보니 나와 캐릭터가 하나로 잘 융화됐더라고요.”
<마다가스카>는 뉴욕 센트럴파크 동물원에서 안락한 도시생활을 즐기던 사자, 얼룩말, 기린, 하마 등 ‘여피족’ 동물들이 우연한 사고로 아프리카의 야생섬에 떨어진 뒤 겪게 되는 소동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야생을 그리워해야 할 동물들이 오히려 도시를 그리워한다는 상황 설정부터 웃음을 자아낸다.
“내가 맡은 알렉스는 스스로는 완벽하다 생각하지만 사실 불완전하고 자기중심적인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나중에 더 큰 세상에서 다양한 사건과 역경을 겪으며 깊이 있는 동물이 돼가죠. 그런 점이 마음에 들어요.” 그는 연기자뿐 아니라 감독·제작자·시나리오 작가 등 다방면에 걸쳐 활동하는 팔방미인으로도 이름나 있다. <청춘 스케치>(1994)로 감독 데뷔를 한 그는 여러 편의 영화를 감독·제작했다. 그는 여러 역할 가운데서도 감독직에 가장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지금은 코미디 배우로 이미지가 굳어져 있지만, 이전에는 진지한 역할을 맡아 연기한 적도 꽤 있어요. 최근에는 브로드웨이에서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 연극에 출연하기도 했고요. 잘 맞는 역할과 감독을 만난다면 변신을 꾀하고 싶어요. 진지한 쪽으로 나가는 것은 배우뿐 아니라 감독으로서 하고 싶은 방향이기도 하고요.” 진지한 그의 눈빛과 말투에서 <메리에게...> 등 주요 출연작 속에서 굳어진 그의 이미지, 좀 어벙하지만 순수한 청년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신 영화에 대한 강한 애착이 초록빛 눈동자 속에 언뜻언뜻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