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칸 2005] 전통으로 다시 간 ‘칸’
2005-05-23
글 : 김은형 (한겨레 esc 팀장)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더 차일드>의 다르덴 형제 감독

<화씨 9/11>·<올드보이> 등 2004년 비해 무난한 선택 ‘특징’
<극장전> 아쉽게 탈락…<활> 등 한국영화 극장·마켓 호평

벨기에 출신 감독인 다르덴 형제의 <아이>가 제58회 칸국제영화제의 최고상을 수상했다. 21일 저녁(현지 시각) 열린 시상식에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다르덴 형제는 99년 <로제타> 이후 두번째로 같은 상을 수상하면서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에밀 쿠스트리차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장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두해 연속 경쟁부문 진출로 수상에 대한 기대를 높였던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은 아쉽게 탈락했다.

올해 시상 결과의 두가지 특징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무난한 선택과 아시아 영화들의 약세다.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짐 자무시의 <망가진 꽃들>, 감독상을 수상한 미카엘 하네케의 <히든>은 영화제 초반부터 호평을 얻으며 수상 예상작 목록의 머릿부분에 거론됐던 영화들이다. <화씨 9/11> <올드보이> 등 전통적인 영화미학과는 거리가 먼 작품들이 1, 2등상을 받았던 지난해에 비하면 올해 칸의 선택은 전통으로의 회귀라고 표현할 만하다. 심사위원대상, 심사위원상을 비롯해 남녀 주연상을 아시아계가 석권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아시아 영화 가운데 본상을 수상한 작품은 중국 감독 왕 샤오솨이의 <상하이 드림>이 유일하다. 이밖에 현직 할리우드 스타배우인 토미 리 존스가 주연을 하며 처음으로 연출에 도전했던 <멜키아데스 에스트라다의 세번의 장례식>은 영화제 막바지에 공개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남우주연상과 각본상을 수상했다. 여우주연상은 아모스 지타이의 <프리 존>에서 열연한 한나 라슬로(이스라엘)에게 돌아갔다.

본상을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한국영화는 극장과 마켓에서 두루 좋은 반응을 얻었다. ‘주목할 만한 시선’ 개막작으로 상영됐던 김기덕 감독의 <활>은 현지 언론과 관객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으며 감독주간에 초청받은 <주먹이 운다>는 국제평론가협회상을, 비평가주간에 초청받은 재중동포 장률 감독의 <망종>은 프랑스독립영화배급협회상을 수상했다. 마켓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아파트> <분홍신> <레드 아이> 등 공포영화의 선전이 두드러졌으며 <야수> <외출> <형사> 등 배우나 감독의 이름만으로도 ‘브랜드’가 된 영화들의 사전 판매가 활발히 이뤄졌다. <주먹이 운다> <그때 그 사람들> <혈의 누> <남극일기> 등이 수십만 달러의 가격대로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시장에서 판매되면서 지금까지 미국과 일본에 치우쳐 있던 해외 시장 개척의 확산이라는 바람직한 성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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