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프 바라티에 감독의 <코러스>는 어린 시절 동화로 읽었거나 TV 애니메이션을 본 <사랑의 학교>(쿠오레)를 떠올리게 만든다. 불우하고 억압된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따뜻한 스승의 감화로 마음을 열게 되는 감동적인 내용이어서 온 가족이 함께 볼 만하다.
특히 아이들이 마음을 열게 되는 계기가 소년 합창단이라는 음악 활동을 매개로 삼기 때문에 단순한 드라마와 달리 아름다운 음악을 곁들여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생 마르크 합창단에서 활동하다가 모항주 역으로 발탁된 15세 소년 장 밥티스트 모니에르와 생 마르크 합창단의 노래는 천상의 소리를 듣는 것처럼 감미롭다. 다만 극적인 사건이 많지 않고 스승과 제자들이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도 다소 도식적이어서 식상할 수도 있으나 아름다운 음악이 이 같은 단점을 덮어준다.
그만큼 이번 DVD 타이틀은 영상보다 소리가 중요하다. 화음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소년 합창단과 맑고 투명한 장 밥티스트 모니에르의 독창을 얼마나 섬세하게 재현해 낼 수 있는지가 관건. 그런 점에서 DTS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합격점을 줄 만 하다. 요란한 액션이나 전쟁 영화가 아닌 만큼 6개의 스피커가 모두 울리는 서라운드 효과는 없지만 소년 합창단의 노래를 은은하고 부드럽게 재현한다. 마티유(제라르 쥐노) 선생의 지휘에 맞춰 소년 합창단이 노래 연습을 하는 장면과 백작 부인 앞에서 합창단이 실력을 펼치는 장면에서는 소리가 천천히 퍼져나가며 청취 공간을 감싸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화질은 마치 오래된 사진을 보는 것처럼 차분한 색감으로 보는 이를 추억에 젖게 만든다. 영화와 잘 어울리는 부드러운 영상이다.
영화 속 뒷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은 두 번째 디스크에 수록된 ‘촬영, 또다시 촬영’이라는 부록을 통해 해소하면 된다. 이 메뉴는 코드1로 출시된 <록키 호러 픽쳐쇼>의 부록처럼, 바라티에 감독이 영화 개봉 후 촬영지였던 하벨성을 찾아 촬영 당시를 회상하며 영화 뒷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색적인 코너다. 제작과정이나 감독의 음성해설보다 오히려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므로 영화 제작에 관심이 많다면 빼놓을 수 없는 부록이다.
이와 함께 아역 배우들이 어른들을 인터뷰한 ‘말해봐’와 합창 연습을 지켜볼 수 있는 ‘코러스 이야기’ 등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아울러 모든 메뉴 이름을 재미있고 정성스러운 한글로 바꾼 점을 높이 살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