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워즈> 시리즈에 등장하는 제다이 가운데 가장 강한 자는 누구일까. 많은 팬들은 아나킨 스카이워커라고 답할 지도 모르겠다.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험>에 나오는 포드 레이싱 장면에서 볼 수 있듯이 어린 시절부터 기계와 조종에 비범한 재능을 보였고, 요다에 필적하는, 아니 거의 능가하는 포스의 잠재력을 갖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너무나 강한 힘을 가져버려 포스의 암흑면으로부터의 유혹에 사로잡히게 되고, 전 우주를 폭정으로 지배한 은하 제국의 일원이 되고 말았다.
반면, 오리지널 3부작의 주인공이자 아나킨의 아들인 루크 스카이워커는 어떨까. 그는 평범한 농부로 자라나 거의 성인이 되어서야 제다이 수업을 시작했고, 아버지와의 광선검 대결에서도 밀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포스의 잠재력과 실력만으로만 본다면 루크보다는 아나킨이 확실히 우위일 것이다.
하지만, 루크가 아버지보다 우위인 점이 있다면, 그것은 순수한 믿음에서 비롯된 강한 정신력이다. 마음의 빈 공간을 침식한 포스의 암흑면에 굴복하고 만 아나킨과는 달리, 루크는 끝까지 그 유혹으로부터 자신을 지켰던 것이다. 아버지의 마음속에 선한 부분이 틀림없이 남아있기 때문에 그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념을 한 순간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침내 <제다이의 귀환>의 결말에서 다스 베이더의 가면을 벗고 육안으로 아들과 대면한 아나킨. ‘저와 함께 가세요. 아버지를 구하러 여기 온 겁니다.’ 라고 말한 루크에게 아나킨은 인자한 웃음을 지으면서 대답한다. ‘넌 이미 나를 구했단다. 네가 옳았다. 네가 날 제대로 보았다.’ 라고. 그 순간, 아나킨은 루크의 순수한 선의와 신념에 의해 오랫동안 닫아 두었던 자신의 마음을 열었던 것이다. 이 장면이야말로 <스타 워즈> 시리즈 전 6편을 통틀어 가장 감동적인 대목이다. 프리퀄을 통해 아나킨에 감정이입해온 관객이라면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는 장면이다.
<스타 워즈> 오리지널 3부작을 극히 단순화시켜서 보았을 때, 그 내용은 결국 아나킨이 저질러놓았던 악행들을 루크가 수습 및 봉합하는 과정에 다름아니다. 게다가 루크는 단순히 그러한 오류들을 바로잡은 것뿐만 아니라, 아나킨을 직접적인 구원에 이르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루크야말로 <스타 워즈>의 제다이 가운데 가장 강한 자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