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애니메이션에 스타들의 목소리가 반드시 필요한 것일까? <버라이어티>는 최근 애니메이션과 게임에도 특급 스타들의 목소리를 빌려오면서, 제작비가 치솟고, 전문 성우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경향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버라이어티>는 이 모든 판도를 바꾼 이로 제프리 카첸버그를 지목하고 있다. 그가 <슈렉>의 속편에 마이크 마이어스, 카메론 디아즈, 에디 머피를 불러모으면서, 1천만달러씩 쥐어줬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빈 디젤이 <리딕>의 비디오게임에 목소리 출연하는 조건으로 1천만달러를 받았다는 소문도 있다. 카첸버그는 전적으로 “스타를 동원하면 마케팅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스타 기용으로 제작비가 상승하는 것 이외의 부작용도 있다. 로빈 윌리엄스나 에디 머피처럼 목소리 연기력이 탁월한 스타들이 거듭 등장하면서 식상해지는 감이 있고, 스타들에 밀린 전문 성우들의 설자리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TV애니 <보글보글 스폰지밥>에서 스폰지밥을 연기한 성우 톰 케니는 한 인터뷰에서, 장편애니메이션에 숱하게 오디션을 치렀지만, 성과가 없었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TV애니메이션의 베테랑 성우가 <니모를 찾아서>의 물고기 47번을 맡는 게 현실이다.”
애니메이션의 스타 편애 경향은 94년작 <라이온 킹>이 미국에서만 3억달러를 벌어들인 뒤로부터 심화됐다(이전에 <알라딘>에서 로빈 윌리엄스가 지니 역을 하긴 했지만, 더빙배우 중 스타는 그 하나였다). 매튜 브로데릭, 우피 골드버그, 제레미 아이언스 등 당시로선 이례적으로 스타 캐스팅을 했던 <라이온 킹>의 흥행 비결은 역시 ‘스타파워’라고 결론짓게 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브래드 피트와 캐서린 제타 존스 등이 출연한 <신밧드: 7대양의 전설>이 흥행에 실패하고, 반대로 특급 스타가 없었던 <인크레더블>이 흥행에 성공하는 등 반대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캐릭터에 어울리는 배우들을 선정했을 뿐”이라는 <인크레더블>의 브래드 버드 감독의 소신이 ‘정답’이 아닌가 싶다. 스타의 목소리를 듣는 것보다 재미난 작품을 보는 게 관객에겐 더 즐거운 체험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