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팝콘&콜라] 극장에 금속탐지기? 불법 북제 그만좀 하자고요
2005-05-26
글 : 서정민 (한겨레 기자)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

지난 17일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 언론시사회가 열린 서울시내 한 극장 입구에서는 인천공항 출국 검색대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 펼쳐졌다. 극장에 들어가려는 이들은 예외없이 검은색 양복을 차려입은 건장한 사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금속탐지기가 설치된 문을 통과해야 했다. 또 조그만 가방이라도 들었다면 무조건 열어서 내용물을 확인시켜줘야 했다. 극장을 폭파하려는 테러범이 두려워서일까?

이처럼 ‘살벌한’ 수색작전을 펼친 이유는 다름 아닌 불법 동영상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시사회에 참석한 누군가가 영화를 몰래 녹화해 개봉도 하기 전에 인터넷에 퍼뜨린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이를 크게 두려워한 영화사가 “시사회에 참석하는 모든 사람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를 감수하면서까지 까다로운 수색을 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영화사의 이런 물샐 틈 없는 방어막에 끝내 구멍이 생기고야 말았다. 영화가 미국에서 개봉한 19일 인터넷에 불법 동영상 파일이 버젓이 올려진 것이다. 이날 하루만에 1만6천명 이상이 이 동영상을 내려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개봉 전날인 18일에도 이미 한 인터넷 사이트에 동영상이 올려졌다. 여기에는 특히 시간기록까지 나와 있는 걸로 미뤄 시사회에서 몰래 녹화한 것이 아니라 영화사 내부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보여 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열린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관객들의 가방을 검사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북한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 앞에서였다. 북한 영화를 몰래 녹화하던 사람을 잡아낸 뒤 재발을 막기 위해 취한 조처였다. 그런데 이 사람은 당당하게 명함을 내밀며 ‘녹화 좀 하면 뭐 어떠냐’는 식으로 나왔다고 한다. 명함에는 국내 유수의 영화제작사 이름이 찍혀 있었다. 영화계 내부에서조차 ‘불법 복제는 범죄’라는 의식이 뚜렷하지 않은 것이다.

음반업계는 이미 불법 엠피3 파일 문제로 심각한 위기에 빠진 지 오래다. 좋은 음악을 만들어도 돈을 벌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만사를 젖혀두고 음악에 몰두하는 이들은 점점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즐길 만한 좋은 음악들을 야금야금 잃게 되는 대중이 최대의 피해자다. 영화계도 이와 비슷한 전철을 밟을 날이 곧 올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요즘 극장에 가면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공익광고가 있다. 불법 동영상을 내려받는 것은 텔레비전이나 자동차를 훔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내용의 광고가 바로 그것이다. 문화 콘텐츠도 엄연한 재산이며 이를 즐기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의식이 자리를 잡을 때 좀더 양질의 고급 문화 콘텐츠를 즐길 기회가 생긴다는 설교가 그리 고리타분하게만은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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