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태풍태양> 김강우·천정명 인터뷰
2005-05-26
글 : 전정윤 (한겨레 기자)
두 청춘, 좌충우돌 하는 그러나 빛나는
<태풍태양>의 천정명(왼쪽)과 김강우(오른쪽)

<태풍태양>은 어그레시브 인라인 스케이터들을 통해 청춘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어그레시브 인라인 스케이트는 묘기를 위주로 한다. 한 가지 묘기를 성공시키기 위해 수백번 거꾸러지는 어그레시브 인라인 스케이터들은, 그 모습 그대로 태풍 속에서 좌충우돌하는 청춘이다. 또 살점 깊숙이 문신과 같은 상처를 남긴 채 성공시킨 짜릿한 묘기는, 태풍 뒤 더욱 작열하는 태양 밑에서 만끽하는 청춘들의 성공담이다.

<태풍태양>의 두 남자주인공 김강우(26·모기), 천정명(24·소요)은 ‘인라인 스케이트를 잠시 벗어두고 잡담을 하러 나온 모기와 소요’ 같았다. 김강우는 ‘스케이트팅 순간을 누구보다도 즐기지만, 타고 싶지 않을 때는 본능적으로 냉정하게 거부하는 자유주의자’ 모기를 빼닮았다. 힘이 잔뜩 들어간 어깨와 도도한 눈빛은, “비겁한 게 나쁜 거냐?”라고 청춘답지 않은 질문을 내뱉을 때조차도 주눅들지 않았던 모기의 그것이었다. 또 천정명은 ‘겉보기엔 어수룩하고 내성적으로 보이지만 스케이트에 대한 잠재된 열정은 태양과도 같은’ 소요의 모습과 정확히 들어맞았다. 눈꼬리가 살짝 처지는 수줍은 미소와 그 안에서 언뜻언뜻 엿보이는 진지함은, 이유도 모른 채 인라인에 이끌리지만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스케이트를 타는 소요를 연상시켰다.

“강우, 과묵하지만 어깨 힘들어간 모기”

실제로 두 사람도 서로 “모기와 소요 그대로”라고 평가했다. 천정명은 김강우를 “타고난 재능을 지녔고, 과묵하고 카리스마가 넘치지만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간 게 모기와 똑같다”며 웃었다. 또 김강우는 천정명을 “소요처럼 어리버리하고 귀엽지만 은근히 남성적이고 뜨겁다”고 평가했다.

이어지는 김강우의 ‘인라인 청춘론’. “청춘은 그런 거잖아요. 두렵지만 일단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으며, 뒤로 물러서도 다른 길을 찾을 수 있는 힘이 있는…. <태풍태양>에서 인라인을 타는 젊은이들의 모습도 그런 거예요. 세상이 뭐라든 ‘좋으니까’ 인라인을 타고, 수백번씩 넘어지면서도 묘기를 성공시키고, 두려우면 도망가기도 하잖아요. 청춘이니까!” 김강우의 말에 천정명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정명, 어리숙하지만 은근히 뜨거운 소요”

천정명은 “젊을 때 청춘영화 한편은 해봐야 할 것 같아서” 이번 영화에 출연했다고 한다. “하루 8시간씩 인라인을 연습하느라, 밥도 못 넘겨 살이 빠질 정도로 고생했지만, 인라인이라는 색다른 소재도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또 김강우는 “맷 딜런과 패트릭 스웨이지 등 대스타들의 ‘풋풋한 모습’이 담긴 <아웃사이더>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젊음을 이야기하는, 젊은 내 모습이 기록된 영화를 찍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후회 없는 영화를 만들었다”고 입을 모으는 두 사람에게 <태풍태양>을 찍은 뒤 달라진 점을 물었다. 김강우는 “그 전에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짓눌려 늘 현장이 어렵고 불편했었지만, <태풍태양>을 찍으며 감독과 자유롭게 상의하고 다른 배우들과 어울리며 재밌게 연기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또 천정명은 “두번째 영화인 <태풍태양>을 통해 후반 집중력 부족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됐다”며 “김강우 처럼 연기를 즐길 수 있게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태풍태양>은 데뷔작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소녀들의 성장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냈던 정재은 감독이 4년 만에 내놓은 장편영화다. 섬세함에선 전편이 앞서지만, 인라인스케이트를 통해 젊은 남자들의 불안하면서도 뜨거운 움직임을 잡아내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또 김강우와 천정명은 물론 조이진, 이천희, 온주완 등 젊은 배우들의 자유로운 에너지가 싱그럽기도 하다. 6월2일 개봉.

사진 한겨레 강재훈 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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