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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동쪽 SE> 제임스 딘, 반세기만의 재회
2005-06-01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에덴의 동쪽>은 제임스 딘이 주연으로 등장했던 영화 3편 가운데 그의 생전에 공개되었던 유일한 작품이다. 존 스타인벡의 자전적 소설이자 현대판 카인과 아벨 이야기인 동명 원작을 영상화한 이 작품에서 딘은 청춘의 고독과 상실감을 온몸으로 표현해 내어 단숨에 가장 촉망받는 젊은 배우로 떠올랐다. 명실공히 ‘제임스 딘 전설’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다.

올해로 공개 50주년을 맞는 <에덴의 동쪽>은 딘을 비롯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서정적인 음악, 아름다운 영상미 등 여전히 팬들의 감동을 이끌어내는 요소들로 가득한 매력적인 할리우드 고전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엘리아 카잔 감독의 어두운 과거가 뜻있는 영화 팬들로부터 공분을 산 바 있지만, 원작을 효율적으로 압축한 영화적 연출은 할리우드 메인스트림의 가장 뛰어난 수준이라는 것까지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에덴의 동쪽>을 촬영할 당시, 제임스 딘이 연기한 칼의 아버지 역을 맡았던 배우 레이먼드 매시는 실제로 딘을 무척 싫어했다고 전해진다. 금욕적이고 고결한 삶을 추구한 칼의 아버지처럼, 매시 역시 실제로 대단히 엄격한 사람이었고 보기에 제멋대로였던 딘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오히려 엘리아 카잔 감독에게 좋은 기회였다. 매시와 딘 사이의 긴장감이 아버지와 칼의 갈등을 다룬 영화의 상황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카잔은 매시가 같은 대사를 매번 다르게 말하는 딘에게 짜증을 내자 딘에게 몰래 다가가 ‘계속 자네 맘대로 하게’라고 부추겼다. 액터즈 스튜디오의 설립자이자 배우들의 연기를 이끌어내는 데 천재적인 소질을 보였던 감독인 그다운 일화다.

<에덴의 동쪽 SE> DVD는 이렇듯 너무나 잘 알려진 고전 영화를 새롭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영화평론가 리처드 쉬켈, 딘의 상대역이었던 배우 줄리 해리스, 원작자 존 스타인벡의 아들 등의 관련자들이 제공한 인터뷰에서는 전술한 것과 같은 촬영장에서의 흥미로운 비화를 들을 수 있다. 삭제 장면, 스크린 테스트 장면과 의상 피팅을 위해 촬영해 둔 영상과 같은 부록들은 제임스 딘의 팬들도 쉽게 볼 수 없었던 귀중한 자료다. 그에 대한 추억어린 이미지가 가득 담긴 다큐멘터리 <포에버 제임스 딘> 역시 전설이 된 젊은 영화 배우의 짧은 삶을 되돌아보는 동료와 지인들의 인터뷰를 담았다.

2.35대 1 시네마스코프 종횡비를 충실하게 재현한 본편 영상은 50년대 영화 특유의 ‘총천연색’ 컬러를 놀랄만한 선명도로 보여준다. 올드팬들의 심금을 울릴 레오나드 로젠만의 테마곡도 5.1 사운드를 통해 풍부한 음량으로 감상할 수 있다. <에덴의 동쪽>은 다양한 부록과 뛰어난 화질 및 음질을 통해 DVD야말로 고전 영화 감상에 제격임을 증명한다. 이미 출시된 <자이언트>, 그리고 이 영화와 함께 새롭게 선보이는 <이유없는 반항 SE>와 함께 박스 세트로도 출시될 예정이어서 제임스 딘을 기억하는 올드팬은 물론 그의 명성만을 접했던 신세대 팬들도 이제는 신화가 되어버린 한 배우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만나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
1955년 당시 시사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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