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홍상수 감독이 ‘실험적인 배급방식’으로 새 영화 <극장전>을 개봉했다. 전국의 수백개 극장에서 동시에 개봉한 뒤 1~2주만에 간판을 내리는 기존의 배급방식 대신, 29개 극장에서만 개봉하되 3주 동안 장기상영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극장전> 마케팅을 맡고 있는 시네와이즈필름 관계자는 “<극장전> 같은 영화는 마케팅 비용에도 한계가 있을 뿐더러, 주요 관객층도 초반에 한꺼번에 몰리는 대신 시간을 두고 천천히 극장을 찾는 편이라 소수관 장기상영 방식이 더 적합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고 수많은 극장에서 동시에 개봉한 뒤 초반 관객동원 실적에 따라 장기상영 여부를 결정하는 대형 상업영화의 배급방식으로 <극장전> 같은 영화를 배급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홍상수 감독은 이런 배급방식을 뒷받침하기 위해 ‘관객과의 만남’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홍상수 감독은 개봉 첫 주말 특별 무대인사를 한 데 이어, 3일과 4일 모두 5차례에 걸쳐 씨네코아, 씨네큐브, 하이퍼텍나다, 씨지브이 상암, 메가박스 코엑스 등에서 영화평론가 허문영·정성일씨의 사회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홍상수 감독, 관객과의 대화’를 연다. 또 김상경, 엄지원, 이기우 등 주연배우들도 4일 롯데시네마 영등포에서 ‘주연배우,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갖는 등 <극장전>의 홍보를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하지만 감독과 배우들의 이런 노력과 칸 경쟁부문 진출의 후광은 물론 “지금까지 홍상수가 만든 영화 가운데 가장 재밌다”는 세간의 평에도 불구하고 <극장전>의 흥행이 그리 순탄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극장전>은 개봉 첫주말 관객 1만5556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이 가운데 1만명은 서울 관객이고, 서울의 경우도 점유율은 평균 30~40% 수준이었다. 제작비 8억원, 프린트 제작비와 마케팅 등에 3억원을 들인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인 20만명을 돌파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의 또다른 작가주의 감독인 김기덕 감독이 최근 <활>을 개봉하면서 좀더 ‘파격적인’ 배급실험을 감행했다가 좋지 않은 결과를 거둔 것도 <극장전>의 앞날을 걱정하게 만든다. <활>은 지난 12일 기자 시사도 생략한 채 서울 강남 씨너스G와 부산극장 등 단 두 곳에서 개봉했지만 관객 1487명을 불러모으는 데 그쳤다. 이어 19일부터 24일까지 씨너스 대전을 찾은 관객도 90명으로, <활>을 극장에서 관람한 관객은 채 1600명이 되지 않는다.
시네와이즈필름 관계자는 “김기덕 감독이 직접 배급했던 <활>과 배급사 청어람이 배급을 맡은 <극장전>은 소수관 장기상영이라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배급 노하우 등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극장전>의 실험적인 배급방식이 성공할지 여부는 간판을 내리는 2주 뒤 저절로 판가름이 날 것이다. 하지만 한국 작가주의 영화가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극장전>의 실험이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